열여섯 살 전후의 젊은 나이를 의미하는 이팔청춘(二八靑春). '마음만은 이팔청춘'이라는 말처럼 혈기왕성한 젊음이 떠오르는 단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이팔청춘들, 청소년들은 아프다. 종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아이들은 각종 스트레스와 불만을 잊어버리려 스마트폰에만 시선을 고정한다.
 
이에 청소년 사역자들의 고민도 깊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만나고 기독 청소년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을까. 주일에 잠깐 중고등부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게 현장 사역자들의 목소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가 기독교교육주간을 맞아 마련한 교육정책 팁세미나에서 만난 P 목사는 강연 내내 노트북으로 쉴 새 없이 타이핑하고 있었다. 세미나실을 가득 채운 주일학교 교사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전라북도 군산의 한 교회에서 사역하는 그는 이번 세미나에 참석하려고 이른 새벽부터 올라왔다고 했다.
 
청소년에 대한 그의 절실한 고민은 무엇일까. P 목사는 학교 심방을 통해 발견한 아이들의 모습이 교회에서와는 너무나 달라 놀랐다고 털어놨다. 교회에서는 믿음이 좋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또래들과 함께 어울리는 학교에서는 거침없이 욕을 하는 등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는 것.
 
주일학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그는, 청소년 사역이 교회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매일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울 용산구 충신교회의 중고등부 사역은 이러한 P 목사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준 듯 했다.
 
충신교회에서는 가정예배와 온가족기도회 등을 통해 믿음의 가정을 세우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청소년 사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강연을 맡은 우충만 목사는 초기 한국교회에서는 가정예배를 드리지 않는 교인에게 어떠한 교회 직분을 부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18년 창간된 기독교 월간지 '성경잡지' 창간호에는 가정예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이 무려 10여 쪽에 달했다. 해당 글에서는 가정예배를 드리는 집의 자녀는 완전한 교육을 받는 것이며, 온 가족이 둘러앉아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은 작은 천국을 이루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1933년 창간된 감리회보 7월호에도 신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예배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한국교회 역사 속에서 신앙의 선배들이 가정예배를 통해 기독교 문화의 대를 이어온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흔적이다.
 
갈수록 복음을 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지난해에는 심지어 '저에겐 당신의 전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전도거부카드가 등장하기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아이들과 어린 학생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복음은 여전히 힘이 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녔기에 더 감동적이고,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한국교회의 다음세대를 살리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은 수없이 제기돼왔다. 다양한 캠프와 수련회, 프로그램을 고안해보지만 그 어느 것도 뾰족한 수가 되지 못하는 가운데, 가정 안에서 부모가 신앙을 전수하는 가정예배가 바로 다음세대를 세우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