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딸 스코티(왼쪽)/스콧과 젤다 부부(오른쪽) ⓒ현대문학 제공

우리에게 <위대한 개츠비>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후기 단편소설 18편이 한국에 처음으로 찾아온다.
 
출판사 현대문학은 최근 피츠제럴드의 생애 마지막 10년의 이야기가 집약된 작품들을 묶은 단편집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를 번역해(하창수 옮김) 출간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작가가 생전에 컵 받침이나 레스토랑 메뉴판에 휘갈기듯 남긴 메모부터 육필원고와 평론가들의 서평 등을 모두 모아둔 자료 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피츠제럴드 연구가인 앤 마거릿 대니얼은 미발표 단편들을 찾아내 육필원고와 타이핑된 여러 사본 중에서 최종본이라고 확증된 작품 18편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피츠제럴드는 1925년 <위대한 개츠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미국 대공황과 함께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알코올 중독과 잦은 부부싸움, 아내 젤다의 신경쇠약과 입원 등으로 신산한 삶을 살게 된다. 적잖은 고통을 겪으며 성숙해진 그는 작품 집필에 몰두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쓰려 애썼다.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 ⓒ현대문학 제공

이 책에 담긴 단편들은 그 시기에 쓴 작품들로, 일시적인 인기나 문학적 유행과 타협하지 않은 피츠제럴드의 깊이 있는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
 
편저자인 대니얼은 책 속 매 작품 앞에 해당 작품이 어떻게 쓰이게 됐는지 소개하는 글을 붙였고, 작가가 의미한 것과 관련 있는 장소, 특정한 사건, 상황, 인물과 작가와의 관계 등을 편집자 주석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아내가 입원한 요양소를 불안한 마음으로 오가던 시절의 상황과 인물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악몽>,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침묵의 땅에 몰아친 폭풍>에는 의사와 간호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작가 부부에게 끊임없이 이어진 질병을 자세히 묘사한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육필 원고 ⓒ현대문학 제공

<사랑은 아프다>는 피츠제럴드가 할리우드에서 다른 작가 작품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던 시절에 쓴 작품으로, 영화화를 바라며 쓴 유일한 오리지널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는 작가가 노스캐롤라이나 산지에서 보낸 시간이 그려졌고, <진주와 모피>는 피츠제럴드의 딸과 같은 나이의 열정적이고 호기심 많은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가족에 얽힌 남북전쟁 이야기 <엄지손가락의 장엄한 수난>과 <치과 진료>는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른 버전으로 만들어 완전히 다른 결말로 완성한 작품이다. 당시 잡지사들이 "피츠제럴드에게까지 그런 작품을 기대하진 않는다"며 싣기를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이 책에는 피츠제럴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사진 40점과 작가의 아내 젤다, 에이전트인 해럴드 오버,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 등과 주고받은 편지도 함께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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