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환경 문제는 전 세계의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 라돈, 플라스틱과 화학제품, 지구온난화, 사대강 오염으로 직접적 피해를 겪었다. 그리고 이같은 피해는 그간 무심했던 환경문제에 눈을 돌리게 했다.
 
성장과 개발에 집중돼있던 한국사회에서 교회 역시 건물과 규모에 집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명과 자연, 상생의 개념을 일상에 적용하려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환경을 보전하고 자연과 상생하기 위한 노력으로 '교회 정원'을 이야기하는 워크숍이 마련돼 취재했다.
 
▲'교회 정원숲 워크숍'이 19일 장동제일교회에서 열렸다. 워크숍에서 소개된 여수 갈릴리교회는 교회 안에 정원을 일궜다. 텃밭에서 정원으로 변모한 교회는 외지인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정성껏 가꾼 교회정원, 방문객 발길 이끌어
 
여수 갈릴리교회는 교회 안에 '비밀의 정원'을 만들었다. 처음 정원을 일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축대용 돌들을 모으고 축대를 쌓고, 화단 사이에 통로를 만들고, 밭에 자리한 잡석을 골라내고, 잡초를 제거하고 각종 재배법과 번식법을 익히는 일들이 엄청난 노동력과 땀방울과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김순현 담임목사는 스스로를 정원사로 자칭하며, 정원사의 길을 걷는 것으로 주님을 닮아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 목사와 교인들의 오랜 노력으로 150평 규모의 텃밭에서 정원으로 변모한 이 곳은 다양한 방문객의 발길을 끄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탄생 했다.
 
김순현 목사는 "교회가 문턱을 낮추기 쉽지 않은 요즘, 정원을 보려는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정성껏 가꾸어 개방한 정원 하나로 교회는 사람들에게 경이로움과 기쁨을 안겨준다. 탐방객들 중에는 아예 교회에 등록하는 이들까지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저는 모름지기 교회는 낙원을 얼핏 보여주는 곳이 되어야 하며,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정원을 일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생명의 어우러짐이 있는 정원을 일구고 가꾸는 것은 교회가 생명과 평화를 힘차게 알리고 증언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원은 황폐화된 현대인들의 치유 공간"
 
교회 정원을 가꾸는 일은 단순히 환경 보전 개념에 한정되지 않는다. '정원신학'을 이야기하는 곽호철 교수(계명대, 교육연구소 살림 소장)는 교회가 창조세계에 대한 청지기로서 정원을 통해 신학적 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삭막한 빌딩숲 사이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정원은 황폐화된 정신세계를 치유해줄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곽 교수는 "먹고 마실 것은 풍요롭고 과학기술은 끝없이 전진해 가는데 인간의 삶은 정신적 사막화를 겪고 있다"며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이 황폐화된 정신세계를 치유해줄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 한 좋은 공간이 정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미 여러 마을에서 공동체 정원을 시작했고 그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공간은 개인과 개인이 만나 참여하는 공간이 되고, 어린이들도 참여해 생명을 키워내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며 "정원은 정서적인 안정감, 평온감,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인간들이 창조의 본향인 자연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낙원을 그리며 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시작 중 하나가 정원"이라며 "정원에서 마음에 안정을 얻고 함께 어울리며 삶을 나눌 때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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