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난민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체계적인 '인권' 교육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의 인권의식 실태를 조사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11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2018 한국교회 인권교육 실태조사 발표회’가 개최됐다.ⓒ데일리굿뉴스

인권적 측면 반영 '안돼'…"교육주제 선정부터 신중해야"
 
오늘날 교회는 인권에 관해 어떻게 교육하고 있을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11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2018 한국교회 인권교육 실태조사 발표회’에서는 교회 내 인권교육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개선점을 논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를 위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박승렬 소장)는 지난 5월부터 국가인권위원회와 공동협력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국내 주요 3개 교단과 2개 선교단체의 2018년도 여름성경학교 교재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해당 교재로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 ‘용기 LEVEL UP! HEROSE-신앙영웅 되기’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말씀으로 새로워져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거룩한 교회, 세상의 빛으로’ △한국어린이전도협회 ‘위대한 건축가: 느헤미야 프로젝트’ △파이디온선교회 ‘온 마음을 하나님께’ 등이 있다.
  
인권센터는 이들 교재에 인권의 중요성에 관한 설명이 부족한 것으로 진단했다. 생명과 인간 존엄에 대한 의미 설명이 결여돼 있고, 되려 아동들에게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 만한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 
 
일례로 기장 교단의 경우, "활동과제 상에서 ‘경쟁’에 초점을 둔 평가방식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맞춘 조가 승리’, ‘승리합니다’라는 표현의 빈번한 사용으로 타인으로부터 승리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경쟁의식을 심어줄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인권센터 측의 견해다.
 
또 파이디온선교회의 교재에는 성서 본문 선택에 있어 아동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성폭력과 살인, 전쟁을 배경으로 한 본문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인권센터는 "남녀의 성역할을 고정된 방식으로 묘사한 삽화나 표현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고, 장애인, 소수자, 약자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예장통합은 ‘교회의 공공성’을 주제 삼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인권에 관한 논의가 전무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감리교의 경우, 교재에서 등장하는 영웅을 모두 남성으로 선정해 성평등적 관점에서의 재검토가 요구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들에 다양한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특별히 ‘학습자 수준에 맞는 자료 제시’와 ‘인권적 측면을 고려한 주제 선택’ 등을 당부했다. 폭력과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이 있는지 필히 점검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은경 연구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는 “성서에서 자주 언급되는 식민지, 제국주의, 노예제도 등 반인권성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가다 보면, 아동들은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신다는 사실과 상충되는 모순을 무의식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다”며 “아동의 눈높이에 맞게 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교회의 공공성과 인권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생명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의미와 더불어 이야기 할 것”을 제언했다.

교회협 이홍정 총무는 “이번 연구는 교계에서 진행되는 첫 시도이며 향후 인권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지속적인 과정을 거쳐 한국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 문화를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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