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9·13대책 '약발'이 먹히는 걸까. 치솟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가을 이사철 임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중에서는 가격을 낮춘 급매물도 등장했다.
 
 ▲9·13대책 이후 한 달 여의 시간이 흘렀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의 흐름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30이 처분가능명목소득 전부를 15년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사진은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위클리굿뉴스


한국감정원이 지난 9월 17일 기준 9월 셋째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은 상승률이 0.26%로 전주(0.45%) 대비 0.19%포인트 하락 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은 50주 연속 오름세는 유지했으나, 7월부터 이어오던 ‘상승폭 확대’는 지난주(0.47%→0.45%)에 이어 2주 연속 꺾이는 모양새다.

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국이 0.07%로 지난주(0.09%) 대비 소폭 하락했다. 수도권도 상승폭(0.27%→0.19%)이 둔화됐다. 반면 52주 연속 하락 중인 지방의 하락폭(-0.07%→-0.05%)은 축소됐다.

시도별로는 광주(0.43%), 서울·대구(0.19%), 경기(0.18%), 전남(0.05%) 등이 올랐고, 경남(-0.35%), 울산(-0.29%), 충북(-0.17%), 경북(-0.14%), 충남(-0.11%) 등은 하락했다. 인천은 0.04%로 지난 주 하락(-0.01%)에서 상승 전환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개발 예정 단지에서 급매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28일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가 종전 21억 원에서 19억 원으로 2억 원 내려 매수자를 찾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대출금리 상승까지 예고되고 있어 아파트 시장의 매수 심리는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금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조바심에 시달렸던 아파트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기다려 보자’는 심리적 요인이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에 한몫 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9·13대책 이후 매매가격 상승률은 한풀 꺾였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9월 26일 한국감정원의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6억 6,403만 원에 달한다. 이를 통계청이 발표한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세금, 보험, 이자를 제외하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돈) 361만 5,000만 원으로 나누면 ‘183.7’이 된다. 해석하면 183개월(15년 4개월) 동안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전부를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의 중위가격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2030세대 가구주가 내 집 마련을 위한 기간은 2014년 이후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는 추세다. 2014년에는 10년이 걸렸으나 2015년 12.3년, 지난해에는 13.7년으로 길어졌다. 젊은 2030세대의 소득증가 속도가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분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클리굿뉴스 10월 7일, 43호 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