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의 언어 차이는 나라 이름과 같은 외래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데일리굿뉴스

잇따른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분단국가로 살아온 만큼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한글날을 맞아, 남북 언어의 차이를 되짚어보는 전시회가 열려 관심을 모은다.

소통 위해 태어난 한글이지만…남북 언어 차이 커
 
572년 전 세종대왕은 백성의 소통을 위해 우리글을 만들어 반포했다. 훈민정음 창제로 수평적으로는 백성 간의 소통이 이뤄졌고, 수직적으로는 임금과 백성의 소통이 가능하게 됐다.
 
이처럼 소통을 목적으로 태어난 우리말과 우리글이지만 분단 이후 73년이 흐른 지금, 남한과 북한의 언어에는 소통을 어렵게 하는 차이가 생겨났다. 특히 외래어나 외국어에서 남북 언어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우선 북한에서는 ㄱ, ㄷ, ㅂ 계열의 자음인 파열음을 표기할 때 된소리를 사용한다. 나라 이름의 경우 동티모르는 ‘동부띠모르’, 체코는 ‘체스꼬’, 폴란드는 ‘뽈스까’로 표현한다.
 
또 남한에서 외래어나 외국어의 발음을 최대한 살려 신조어를 표기하는 것과 달리 북한에서는 기존에 있는 단어를 조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북한에서 파스타는 ‘이딸리아 국수’, 소시지는 ‘고기순대’, 팝콘은 ‘강냉이튀기’, 잼은 ‘단졸임’으로 표현한다.
 
▲서울시가 한글날을 기념하며 남과 북의 언어를 비교해 살펴보는 전시회를 열었다. ⓒ데일리굿뉴스
 
“언어 차이,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
 
이렇게 다른 남북의 언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끈다. 서울시가 한글날을 기념하며 마련한 <한글, 서울을 움직이다> 전시회에서는 나라 이름과 올림픽 종목, 동물 이름과 같은 친숙한 용어들을 보기 쉽게 비교했다.
 
전시회를 찾은 이윤희 씨(71, 남)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남북의 언어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많이 달라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지금 남북 관계의 변화에 맞춰서 상당히 유익한 전시회라고 생각이 들고, 재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회 한 켠에는 남북의 언어 차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전시물도 마련됐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남한 사람들과 북한이탈주민 모두 정치와 경제, 문화 면에선 남과 북이 서로 이질감을 느낄 정도로 차이가 크지만 언어만큼은 그 차이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유재명 과장은 “남북 언어에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며 “언어의 차이 속에서 각각의 장단점을 찾고, 이후에 남북이 어떻게 차이를 극복하고 질적으로 발전된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 모색해보고자 한다”고 전시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글날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이밖에도 개선해야 할 공공언어 사례와 쉬운 말로 바꾼 문화재 안내판 등도 함께 전시됐다.
 
<한글, 서울을 움직이다> 전시회는 오는 14일까지 서울시청 시민청 시티갤러리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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