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가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 논의에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북한 인권 실태가 비핵화 논의에 가려져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한인권법 개선을 위한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사진제공=연합뉴스)

북한인권법 제정 2주년…사실상 '무용지물'

북한인권정보센터와 자유한국당 김재경 의원이 공동주최한 '북한인권법 개선을 위한 정책세미나'가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기조발제자로 나선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전 세계의 관심이 계속해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에만 집중된다면 북한 인권 문제는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은 지금까지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해지면 핵 문제를 꺼내곤 했는데 이 전술에 말려들면 안 된다"며 "2014년 당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보고서가 처음 나왔을 때도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을 부각시키면서 인권문제를 덮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태 전 공사는 "처음부터 인권문제는 남북대화 밖에서 다뤄 나간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혀, 한국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양보하지 않는다는 면역을 형성해야 한다"며 국제사회 역시 북한의 인권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해야함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에 기여하고자 지난 201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시행했지만,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5년여 간 북한이탈주민의 인권 피해 기록을 조사하는 등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2주년이 지났지만, 법안의 핵심 사항인 북한 인권재단은 아직도 출범도 하지 못한 상태"며 "심지어 북한인권법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단 이사진 구성을 놓고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는 여·야당의 추천권을 폐지하고, 주무부처 장관이 실질적 선임 권한을 갖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사진제공=연합뉴스)

3만여 국내 북한이탈주민…신변안전 지켜지고 있나

이날 세미나에선 현행 북한인권법이 △국내 북한이탈주민의 신변안전 △북한인권기록의 보안 등에 있어서 미흡한 부분이 있어 속히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태영호 전 공사는 "최근 '태영호·박상학 체포 결사대'라는 대학생 조직이 거리에서 축제 행사를 벌였지만, 이를 제어할 현행법이 없어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 테러대상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국내에서 추가적인 테러 위협이나 신변 불안정이 조성됐을 때 형사범죄를 취급하는 특별조항이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여상 소장 또한 얼마 전 기획탈북 의혹으로 논란이 돼 온 중국 북한식당 여종업원 12명을 언급하며 신변안전을 위한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 소장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자료를 정부 외에도 인권단체와 탈북자단체 등 민간에서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자칫 유출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자료 보완성과 관리책임 등 이에 대한 대책을 법안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인권법은 지난 2005년 국회에서 첫 발의된 이후 매 회기마다 상정과 폐기를 반복하다 2016년에야 첫 시행됐다. 여야 간 합의를 통해 법이 통과됐지만 아직 법정 필수기관인 북한인권재단의 이사회조차 구성되지 않는 등 기본 체계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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