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시대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미국의 경제 예측 전문가 해리 덴트는 2014년에 펴낸 <인구 절벽>에서 미국의 평균 가구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시기는 가구주의 나이인 45~49세의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에 들어서면 소비가 급속히 하강한다는 뜻에서 인구 절벽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곧 인구 절벽이란 생산 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가리킨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여 해리 덴트는 한국의 소비지출은 2010~2018년에 정점을 찍고, 소비가 가장 왕성한 이 연령대가 줄어드는 2018년부터 한국 경제에 인구 절벽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인구 절벽 현상은 인구 구성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우리 사회는 작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4%가 넘는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가 고령화 사회 진입 이후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의 20%가 고령인구인 사회)로 들어가기까지 155년이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단 26년 만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 추세에다가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출산율 저하가 인구 절벽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10년 이상 초저출산 국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지금도 계속 하락하고 있어서 올해 2분기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은 0.97명이다.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데, 합계출산율이 0.97명이란 말은 가임여성 1명이 아이를 평생 한 명도 채 낳지 않았다는 얘기다.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 수 역시 정부 전망보다 더 급격하게 감소해서 2020년이면 '한 해 신생아 30만 명 선'이 무너지고 2026년에는 '20만 명 선'도 깨질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리나라 신생아 수는 1971년 102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88올림픽까지도 63만 명을 유지했다. 그 뒤 점점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해 2002년에 50만 명 선, 작년에 40만 명 선이 깨졌다.

정부와 학계가 지난 20년간 '신생아 30만 명'을 심리적 저지선으로 놓고, 관련 정책을 고민해왔는데 40만 명 선이 깨진 지 3년 만에 그게 붕괴할 거란 예측이 나온 것이다. 이는 그동안 통계청이 내놓은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보다 14년이나 앞당겨진 수치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한해 출생하는 신생아 수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같은 출산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2021년부터 인구가 줄 것이라던 정부의 당초 예상보다 인구감소가 훨씬 앞당겨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 추세대로라면 2012년 6월에 5천만 명을 돌파한 현재 인구가 2045년부터는 적정 인구를 밑돌아 인구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2050년에는 4400만 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그리고 2100년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2300년 경에는 한반도에 인간이 사라지는 인구 소멸 상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옥스퍼드대 데이빗 콜먼 교수는 한국이 인구소멸 국가 1호가 될 것이라고 하여 인구 절벽이 현실이 되었다.
 
저출산의 원인

결국 고령화되는 인구에 비해 신생아 출산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인구절벽이 오게 되는 것인데 이러한 저출산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저출산이 비록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나 경제 수준이 높은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 국가 안에서도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대개 출산율은 하락하는 특징을 보인다.

선진국에서는 개발도상국과 달리, 자녀수 자체가 경제력도 아닐뿐더러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로 아이에게 얽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득 수준이 증가할수록 자녀를 적게 갖고 자녀에 대한 질적 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서 고소득층의 경우 오히려 출산율이 감소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결혼연령이 상승하는 만혼 경향을 들 수 있다.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직업이 장기간의 교육을 요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첨단 과학기술과 전문화된 직종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필요로 하는 교육 기간이 더욱 늘어나게 되는데,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경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결혼 연령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초혼 연령은 남성과 여성 모두 30세를 넘었고, 이에 따라 첫 아기 출산 시기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늦은 나이에 출산을 하게 되면 아기를 많이 낳기는 어렵게 된다.

게다가 많은 학자들은 우리 사회가 저출산 사회로 급격히 전환된 데에는 경제 요인과 성불평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났다고 진단한다. 한국 여성들의 성불평등에 대한 인식 수준과 사회 전반의 고학력 여성들에 대한 기대 수준과의 불일치와 경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여성들의 취업에 대한 견해가 남성과 여성 모두 크게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려운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이 경제 활동에 참여할 때 가사일이나 자녀 양육과 관련된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지만 가족 내 가사 책임은 여성에게 전담되어 있는 실정이다. 여성 혼자서 육아를 책임진다고 해서 요즘에는 '독박 육아'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상황에다가 직접적으로는 자녀 양육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녀를 낳아서 독립할 때까지 드는 비용이 3억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듯이 경제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자녀를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행정안전부의 ‘2017년 전국 3497개 읍·면·동의 연령별 인구자료’를 가지고, 영·유아의 인구가 많은 곳과 영·유아의 비율이 높은 지역 13곳을 분석한 결과 이 지역들이 괜찮은 일자리가 많고, 주택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주거환경이 좋은 곳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기적인 출산지원금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구절벽을 극복하려면

이러한 상황에 대해 기독교계 일부에서는 출산율 저하로 기독교 인구가 줄게 되면 선교 역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출산율을 높여서 기독교 인구의 자연 증가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저출산을 단순히 교회 성장이나 선교 역량과 연결시켜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 전에 한 정당이 '출산주도성장'을 외쳤다가 출산을 경제성장의 도구로 삼았다는 강한 사회적 비난을 받았듯이 출산을 도구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출산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의미를 갖는 것이며, 기독교 가정에서 아이를 출산한다고 해서 그 아이가 자동으로 기독교인이 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출산의 문제는 노동력 확보라든가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경제적인 잣대로 평가할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경제적인 기반은 중요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회구성원의 재생산은 사회를 유지하고 존속하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의무이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당장의 눈앞에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출산을 기피한다면, 앞에서 살펴본 대로 우리 사회는 존속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 출산은 창조의 섭리를 경험하게 하는 하나님의 축복이자, 공동체의 신앙과 도덕적 가치를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하는 신성한 책무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들은 세속의 가치에 매몰되지 말고, 성경의 원리에 따라 기독교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육아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꿔야 한다. 출산 후 집에 머물게 되는 여성에게 가사를 포함하여 출산에 따르는 모든 책임이 전가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을 생산 활동이 아니라 소비 활동으로 여기고 과소평가해왔다. 그러나 가사노동은 가족구성원을 재생산하고 가계를 계승함으로써 사회 자체를 유지, 존속시키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출산과 육아 및 가사는 사회구성원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 공동체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최근 우리 사회에서 공동 육아에 관심이 높아진 이유이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뜻을 같이 하는 부모들이 힘을 모아 협동의 방식으로 육아를 하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육아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마찬가지로 교회 안에서도 자녀 양육에 대하여 교회 전체가 공동의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자녀를 양육하는 젊은 부부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육아를 부모의 책임으로만 여기지 않고 신앙공동체 모두에게 주어진 신성한 책임으로 여긴다면, 저출산 현상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출산을 의미 있게 여기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지나치게 경제주의식으로 사물을 바라보았던 태도를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지나치게 남성 중심으로 살아온 삶의 태도도 바꾸게 해야 한다. 곧 은연중에 교회 안에 퍼져 있는 경제주의식 사고와 여성을 차별하는 제도, 그리고 출산과 양육을 사소하게 여기는 남성중심의 삶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가 바뀌어 갈 때 점진적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도 바뀌어 갈 것이고, 그럴 때에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가 하나님의 창조 원리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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