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 교수 ⓒ데일리굿뉴스
종교는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종교를 위한 종교가 되지는 않았는지 우리 모두는 되돌아보아야 한다. 종교가 인간을 위해 시작되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불랙홀처럼 인간을 삼키고 있다.

옳고 바른 것들이 깨어지고 부서지는 세상에 사람들이 불교나 기독교 또는 이슬람교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그 속에 담겨있는 ‘지혜’ 때문일 것이다. 그 지혜를 통해 인간 세계의 깨어지고 부서진 진리를 바로 세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 진실마저도 로봇에 의지하지는 않을지 두렵다.

일본에서는 죽은 사람의 영혼도 로봇이 빌어 주고 있다. “관자재보살행심반야바라밀다시(觀自在菩薩行深般若波羅密多時)~”라고 고인의 명복을 로봇이 빌어주는 사회에서 인간은 어떤 일을 해야 될까? 로봇이 불경을 외고 노래를 부르며 고개를 끄덕인다. 분향소 앞에서 반야심경을 외우며 고인의 극락왕생을 빌어 준다. 페퍼란 인공 로봇이 사찰의 장례식에 2017년부터 등장해 점차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페퍼 로봇은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2015년 개발한 휴머노이드(humanoid) 즉 인간형 로봇이다. 키는 121cm 로 인간보다 아주 적고 몸무게는 29kg 으로 큰 인형 같아 보인다.

이 로봇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탑재해 인간처럼 부끄러움도 타고 수줍어하기도 한다. 기분이 좋으면 흐뭇해하는 표정과 함께 웃기도 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나타낼 수 있는 센서와 학습능력까지 장착했다. 2017년 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장례박람회 ‘ENDEX 2017’에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던 ‘로봇 스님’이야기다. 

일본에서는 장례식 때 스님이 독경을 외우며 장례 의식을 집전하는 관습이 널리 일반화돼 있다. 로봇이 아닌 스님에게 장례를 맡기는데 드는 평균 비용은 약 24만 엔으로 우리 돈으로는 240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살아생전에도 쓸 돈이 모자란 사람들이 죽어서까지 이 비용은 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용이 저렴하게 든 로봇을 개발했다. 실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이다.

장례 로봇은 유골함을 제단에 올리고 불경을 외우는 등 기본적인 장례 진행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이 로봇이 실용화 돼 단돈 5만 엔 우리 돈으로 약 50만 원에 대여를 하고 있다.

로봇 스님을 만든 ‘닛세이에코’는 개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인과 아무 인연도 없는 스님이 읽어주는 불경이 과연 죽은 이의 영혼에 가 닿을까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로봇 스님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혼자 살던 생활보호대상자 노인이 사망하면 복지 기관에서 장례를 치러주게 되는데, 그럴 때도 로봇 스님이 그들의 마지막을 배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혹(迷惑)을 끊고 지혜를 얻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불교의 가르침이 ‘반야(般若)’이다. ‘바라밀(波羅蜜)’은 수행이라는 뜻의 고대 버마어이다. 죽음은 한 생명이 또 다른 지혜를 찾아서 떠나는 수행의 과정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가 퇴색된 채 그 현상의 오고감을 인간이 만든 로봇이 한다. 돈과 재물에 의지하는 우리 인간은 이제 마지막도 돈으로 계산해 더 저렴한 방법을 찾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탐욕의 종말을 보여 주는 걸까? 앞의 사례처럼 로봇보다도 더 어리석음이 인간에 의해 사회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지금 시급하고 필요한 것은 성당이나 절을 더 많이 짓고 로봇을 시켜 염불을 외우고 찬송가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삐뚤어진 마음을 올바로 세우는 일이다.

죽은 사람을 위해 극락가라는 로봇의 기계적인 염불이 아니라 인간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바로 잡아 주는 일이다. 우리가 일상으로 하는 기도는 절대 중얼거림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입놀림에 지나지 않는다.

로봇의 염불소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뤄지도록 우리 모두의 역량과 힘을 모아 어두운 곳, 잘못되고 있는 곳을 바로 잡는 것이다. 그것이 종교의 사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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