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과부와 같이 소외된 이웃을 돌보란 성경 말씀을 67년째 실천하는 곳이 있다. 소년들의 마을, 일명 boy's town으로 한국전쟁 당시 시작된 삼동소년촌이다.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보며 수십 년째 묵묵히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삼동소년촌을 다녀왔다.
 
 ▲삼동소년촌은 전쟁 중 발생한 기아와 고아들을 보살피면서 시작됐다.ⓒ데일리굿뉴스
 
소년들의 마을 '삼동소년촌'…"67년째 아이들 섬기고 있죠"

삼동소년촌은 1952년 한국전쟁으로 급격히 늘어난 기아와 고아들을 보살피면서 시작됐다. 한강 난지도에 천막으로 세워졌던 당시 boy's town에는 250명의 소년들이 머물렀다. 전후의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미군 등의 지원으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시설이 소년촌 내에 세워졌고, 지역사회 아동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한강 난지도에 천막으로 세워졌던 소년촌은 지난 2006년 마포구로 옮겨졌다. 이석하 이사장은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이 고아원이라고 반대가 심했다"면서 "하지만 아이들의 행실이 바르고, 바자회 등 매년 지역사회를 위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지역을 섬기니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삼동소년촌에는 신생아부터 고등학생까지 70명의 남자아이들이 머물고 있다. 질풍노도 사춘기의 남자아이들이 있다 보니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을 법도 하지만 지금까지 큰 사고가 일어난 적은 한번도 없다. 이석하 이사장은 이를 삼동소년촌의 전반적 분위기가 기독교 정신에 기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석하 이사장은 "교회를 다녀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고 예배나 성경공부 시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는데도,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교회에 가고 있다"며 "아이들 스스로도 교회를 다니는 아이와 안 다니는 아이가 다르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동소년촌에 있는 초·중·고등학생 25명 중 20명이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석하 이사장은 "예수님의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듬어서, 이 아이들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구성원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과 직원들이 직접 삶으로서 본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동소년촌은 일반 가정집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돌이 지나지 않은 영아들은 사회복지사들이 24시간 쉬지 않고 돌본다.ⓒ데일리굿뉴스

최근 영유아 비중 크게 늘어…"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이들"

삼동소년촌 70명의 아이들 중 영유아와 미취학 아동이 전체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한다.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영아들의 경우 사회복지사들이 24시간 내내 돌본다.

이석하 이사장은 "최근 소년촌에 입소하는 아이들은 주로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영아들이 대부분"이라며 "아이를 출산한 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양육을 포기하는 미혼모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동소년촌은 일반 가정집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28명의 선생님들이 2교대로 상주하면서 아이들과 먹고 자며 때로는 선생님으로, 때로는 부모의 역할을 맡고 있다. 삼동소년촌에 온 지 10년이 지났다는 김태욱 선생님과 복도에서 마주친 아이들이 선생님을 '삼촌'이라 부른다.

김태욱 선생님은 "가정과 같은 분위기에서 아이들을 양육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아이들에게 이모와 삼촌이라고 부르도록 하고 있다"며 "그런데 아이들은 주로 저희를 잔소리꾼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아이들은 만 19살이 되면 퇴소를 해 자립을 하게 된다. 삼동소년촌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가는 아이들을 위해 삼동소년촌은 자립한 아이들의 집 세간살이를 함께 준비한다. 이석하 이사장은 "독립하는 아이들에게 살림을 차려주는 뿌듯함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적극 권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경찰관, 공무원, 목사님 등 어엿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했다. 퇴소한 이후에도 명절이나 스승의 날 등 때마다 삼동소년촌을 찾고 결혼할 때도 꼭 소식을 전한다. 자식들과 함께 소년촌을 방문해 본인이 보냈던 어린 시절을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이석하 이사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곳이 바로 사회복지시설"이라며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따뜻한 사랑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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