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모 가정 혹은 수감자 자녀를 양육하는 양육자들은 자녀가 받을 충격 때문에 부모의 수감사실을 과연 알려야 할지 갈등을 겪는다. 또 알리고 싶더라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가운데 한국교회가 잘 알려지지 않은 수감자 자녀들의 마음상태를 들여다 보고, 부모의 수감사실을 지혜롭게 알려주는 지침을 제시해 살펴봤다.
 
 ▲최근 3년 간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이 124가정을 상담한 결과, 수용자 자녀의 63%가 부모의 수감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수감자 자녀들, 부모의 수감사실 '몰라'
 
최근 3년 간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이 124가정을 상담한 결과, 수용자 자녀의 63%가 부모의 수감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수용자 자녀 돌봄사역을 시작한 세움이 지난해 발표한 '수용자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다. 연구 결과, 자녀들은 부모의 수감 여부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63.2%, '알고 있다'가 불과 30.1%였다. 또 자녀들 중 37.2%만이 수용된 부모를 접견해봤다고 답했다.
 
수감자 부모 자녀들이 부모의 수감 사실을 모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양육자들이 자녀들에게 부모의 수감 사실을 알리는 것을 망설이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들이 상황을 알고 충격을 받거나 수치심을 느낄까 걱정하기 때문에 부모의 수용사실을 말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세움은 아이의 상황에 따라 지혜롭게 부모의 수감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수감자 가족을 둔 아이들이 부모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욱 성숙해지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한 예로 수감자 자녀인 한 아이는 가족들이 수감사실을 말해주지 않고 비밀로 하는 동안 '부모가 자신을 버리고 연락을 끊은 건 아닌지' 혼자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가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부모가 안전한 곳에 있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세움은 밝혔다.
 
아이들, "'나'때문에 부모 수감됐다"
 
또 다른 안타까운 사실은 아이들이 부모의 수감 이유가 자기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세움은 일부 아이들의 경우 "'그 때 내가 아빠를 속상하게 하지 않았다면 아빠가 술을 드시고 그런 일을 하지 않으셨을 텐데', 혹은 '내가 아파서 돈을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라고 자신을 탓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같이 수감자 부모를 둔 자녀의 심리상태를 고려해 부모의 수감사실을 전해야 한다고 세움연구소 부소장 최경옥 박사는 조언하고 있다.

수용자 자녀와 양육자들의 고충을 체감하면서 이를 토대로 최근 발간한 자녀 양육 지침서 <내일을 위한 용기>에서 최 박사는 양육자의 감정이나 상황보다 자녀의 입장을 헤아려 이야기 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
 
그는 "양육자는 수용자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마음이 있다 할지라도, 자신의 감정이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수감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아이가 수감된 엄마나 아빠에 대해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있다면, 부모에 대해 용서를 강요해서도, 그들의 범죄사실을 옹호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자신 때문에 부모가 수감 됐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부모의 수용사건과 자녀 본인의 일은 별개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최 박사는 "부모의 사건이 자녀들과 무관한 일이며, 부끄러워하거나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움 소속 수용자 아동과 가족들, 양육자를 위해 발간된 수용자 자녀 양육 지침서 <내일을 위한 용기>는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홈페이지에 PDF로도 제공되고 있다. 수용자 자녀양육에 관심 있는 누구든지 더욱 구체적인 조언을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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