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중국 베이징 중국국빈관인 조어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엘살바도르 외교장관이 양국간 수교 체결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연합뉴스
 
대만의 수교국이 또 하나 줄었다. 지난 8월 21일 중미 국가인 엘살바도르는 대만과 오랫동안 지속한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전격수교를 맺었다. 대만과 엘살바도르의 단교로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대만과의 '단교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중대한 우려사안'이라며 대만과 단교한 엘살바도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중국의 명백한 개입에 대한 엘살바도르 정부의 수용"이라고 일침하며 "엘살바도르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단기적인 경제성장이나 사회기반시설 개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중국과 수교하거나 관계를 확대하려는 국가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중국의 '불안정화' 시도에 대해 계속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중국의 금권외교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데는 이유가 따로 있다. 엘살바도르의 '라 유니언' 항구를 군사기지화 하려는 중국의 숨은 속내 때문이다. 특히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교두보인 엘살바도르의 지정학적 위치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중국은 물동량 부족으로 골칫덩어리였던 라 유니언 항구를 독점 경영하는 조건으로 40억 달러(4조 5,000억 원), 주변 자유경제특구 개발비용 230억 달러(25조 7,400억 원), 매년 유지비 2,500만 달러(279억 7,500만 원)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중국의 금권·파워외교에 대만의 수교국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일부 국가들이 최근 중국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대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독립성향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이후 2년 새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 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엘살바도르 등 5개국과 단교했다. 대만과 수교를 맺은 국가는 이제 17곳만이 남았다.
 
그러나 중국의 유혹과 압박에도 대만과의 끈끈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는 국가도 있다.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팔라우는 지난 2017년 11월 중국이 요구한 대만과의 단교를 단번에 거절했다. 이후 중국은 외교보복으로 자국민의 팔라우 단체관광을 중단시켰고, 지난 2015년 9만 1,000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은 올 상반기 2만 5,000명까지 감소했다. 중국의 투자도 끊겨 팔라우 현지 관광업계는 초토화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대만과 수교를 유지한 국가, 에스와티니 왕국(옛 스와질란드)도 있다. 중국과 수교를 앞두고 있다는 당초 보도와 달리 에스와티니 왕국은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음그와그와 가메드제 에스와티니 외무장관은 로이터통신에서 "대만과 50년 넘게 국교를 맺은 우리가 그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심리전을 그만둬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위클리굿뉴스 9월 2일, 39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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