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대체복무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제시됐다. 국방부 대체복무제 실무추진단이 지난 8월 22일 공개한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 복무제 쟁점별 검토'자료를 내고 대체복무를 위해 '대체역'이라는 특수 병종을 만들기로 했다. 대체복무기간은 36개월 안이 유력하며 근무지는 합숙근무가 가능한 소방서나 교도소, 국공립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이 검토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제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국제앰네스티)


대체복무기간으로는 36개월과 27개월 안이 검토 중이다. 국방부는 36개월 안에 대해 "24시간 영내에서 생활하는 현역 병사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대체복무를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기간 설정"이라며 "현재 전문연구요원과 공중보건의, 공익법무관 등의 복무기간이 36개월인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27개월 안은 "유엔인권이사회 등에서 대체복무기간이 현역병사의 1.5배 이상일 경우 징벌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본다"며 36개월 안에 대한 대안으로 27개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6개월은 2021년 18개월로 단축되는 육군병사 복무 기간의 2배, 27개월은 1.5배다.

국제사회 분위기는 대체로 현역 대비 2배의 대체복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1998년 유엔인권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취지에 부합하는 대체복무를 도입하되, 징벌적 성격이 아닌 비전투적 성격이어야 하고 공익적이어야 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스위스의 대체복무는 현역 13개월의 1.5배, 그리스는 23개월로 현역복무 기간의 2배가량 된다. 유럽평의회 사회권위위원회는 2008년 그리스 대체복무에 대해 "대체복무 기간이 무장 군 복무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밖에 대만, 덴마크, 스웨덴은 현역복무 기간과 대체복무 기간이 동일하다.

복무기관으로는 교도소와 소방서, 국공립병원, 사회복지시설이 등이 검토대상인 가운데 병원과 복지시설에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복무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부분이 여호와의증인 신도인데 이들은 수혈이나 자신들의 교리에 반하는 의료행위에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피를 먹지 말라"는 레위기의 말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수혈을 하거나 받는 것을 거부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이 논의 중인 가운데 병역 거부자들에게 대한 항소심에서 잇따라 무죄판결이 나오고 있다. 창원지법 제1형사부는 8월 2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증인 신도 A(24) 씨에 대해 1년 6월을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현행 제도에서 A씨의 입영 거부는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결 요지를 설명했다. 이날 법원은 역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7명의 항소심에도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위클리굿뉴스 9월 2일, 39호 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