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의 환전소 풍경.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터키의 리라화가 폭락하면서 인도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연합뉴스

신흥국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진앙지는 '터키'다.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40%이상 폭락했다. 최근 리라화 가치가 급락한 것은 터키와 미국의 관계가 험악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장기구금을 이유로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배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도 굽히지 않고 미국산 자동차, 술, 담배, 화장품, 쌀, 석탄 등에 관세를 2배로 올리며 보복했다. 푸아트 옥타이 터키 부통령은 "관세 인상은 미국 행정부가 우리 경제를 공격한 것에 상호성 원칙에 따라 보복한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는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러시아, 중국 등과의 연대를 강화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터키 금융위기는 1998년 인도네시아, 태국,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했던 위기를 재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의 경제위기는 막대한 외화 부채를 바탕으로 부풀려진 버블이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터키발 금융위기는 빠르게 신흥국으로 번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8월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연40%에서 45%로 올렸다. 아르헨티나가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올해만 벌써 4번째. 산술적으로 1억 원을 은행에 넣으면 이자만 4,5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현재의 대외 사정과 아르헨티나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칠 타격에 대비해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8월 14일(현지시간) 인도 루피화는 70.08을 기록하며 미국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도는 오는 8월 31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헤알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등도 자국 통화가치 하락에 기준금리 인상카드를 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신흥국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대외부채, 무역 불균형, 인플레이션, 정부의 방만한 재정지출 등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지 않아서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기준 금리인상, 대 중국 무역전쟁, 보호무역 강화 등 미국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흥국의 통화불안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12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5%로 동결했지만 신흥국 금융위기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터키는 재정, 경상적자가 크고 외환보유액 규모가 작은 나라"라고 평가하며 "한국은 경제의 기초체력 자체가 터키와 다르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부총재는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국내 주가와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클리굿뉴스 8월 26일, 38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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