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65)는 얼마 전부터 유튜브에 푹 빠졌다. 그가 유튜브에서 가장 즐겨보는 채널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버드리(본명 최현숙, 47). 김 씨는 유튜브를 통해 취미와 오락은 물론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씨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중장년층을 비롯해 노년층까지 유튜브로 대거 군집하고 있다. 심지어 실버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72)처럼 직접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중장년층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가 영향력을 키우며 약진을 거듭할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아이돌'로 불리는 버드리와 '실버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브가 탄생시킨 대표적인 스타다.ⓒ위클리굿뉴스, 그래픽=김민성 기자
 
'실버 크리에이터', 요즘엔 우리가 대세
 
버드리는 중장년층의 아이돌로 통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버드리는 '품바 여왕'으로 불리며 중장년층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다. 버드리의 공연을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 '금강산'의 구독자 수는 8월 20일 기준으로 4만 6,503명이었다. 동영상 총 조회수도 3,146만 뷰를 넘었다. 구독자는 대부분 김 씨와 같은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다.
 
품바는 장터나 길거리에서 동냥하는 각설이를 의미한다. 품바 공연은 풍자·해학과 신명 나는 놀이로 관객에게 공감과 웃음을 준다. 버드리 인기요인도 마찬가지다. 욕설과 19금 표현 등 거침없는 입담이 자연스럽게 오고 가며 객석에선 한바탕 웃음꽃이 폈다. 특히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고 장구, 꽹과리를 치며 나미 <영원한 친구> 금잔디 <오라버니> 등을 신명 나게 부르는 그의 공연 영상에 "심금을 울린다"거나 "가슴이 뻥 뚫린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왜 데리고 저걸 들고(?) 와? 능구랭이랑께 능구랭이." 휴가를 따라온 손자에게 '능구랭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할머니. 올해로 72세인 박막례 할머니다. 박 할머니는 최근 가장 핫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박 할머니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는 구독자 수 52만 8,000여 명, 동영상 총 조회수는 6,530만 뷰에 달했다.
 
박 할머니는 손녀와 함께 촬영한 여행 영상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하루아침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박 할머니의 거칠고 구수한 입담, 독특한 캐릭터는 젊은 세대까지 매료시켰고 영상은 매회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할머니의 남다른 패션 감각은 미국 패션지 <보그(VOGUE)>마저 주목시켰다.
 
박 할머니는 지난 6월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유튜브의 세계에 당당히 뛰어들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며 "모든 세대에게 귀감이 되는 사례"라고 박 할머니 수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앞선 5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 본사에 초대되어 I/O 행사 대한민국 대표로 참석하면서 크리에이터로서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검색부터 뉴스까지' 유튜브 하나로
 
지난 4월 모바일앱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였다. 총 사용시간은 51억 분이었다. 지난 5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발표한 '모바일 이용행태 보고서'(지난 3월 기준)에서는 50대(57.5%)가 음악을 감상할 때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51.1%), 15~18세(47.5%), 30대(34.4%), 20대(27.8%)가 뒤를 이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유튜브에서 정치·사회·문화 등 다양한 정보를 얻으며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성향에 따라 채널 구독이 편향적으로 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보수 성향의 경우 '정규재TV', '신의 한수' 등을, 진보 성향의 경우 '쥐픽쳐스', '민중의소리' 등의 채널을 즐겨 찾았다.
 
유튜브의 강점인 '추천 시스템(사용자 선호를 분석해 자동 추천)'이 편향된 구독 행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유튜브의 거듭되는 약진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가짜 콘텐츠가 많다"며 "구독자들은 편향되고 왜곡된 정보에 휩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클리굿뉴스 8월 26일, 38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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