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의 대부분은 종교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복지활동의 특성상 소외이웃을 돌아보자는 종교계의 기본 정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는 단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사회복지법인 507개 중 기독교 단체가 운영하는 곳은 251개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법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시설을 포함하면 훨씬 더 많다.
 
그런데 최근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종교행위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되고 있다. 복지시설에서 예배나 기도회 참석을 강요하면 처벌을 한다는 규정이다. 법안을 둘러싼 논란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취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사회복지시설에서 종사자나, 거주자, 이용자에게 종교상 행위를 강제하면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데일리굿뉴스

김상희 의원실 “강요하는 종교행위 사라져야”
 
문제가 되고 있는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같은 당 소속 10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법률안’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사회복지사업법 35조 3항(종교행위 강제 금지)에 ‘사회복지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자 및 시설의 장은 시설의 종사자, 거주자 및 이용자에게 종교상의 행위를 강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55조에는 이 규정을 ‘위반한 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도 넣었다.
 
개정안을 열흘 간 공개한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에는 해당 법안에 대한 2,578개의 시민 의견이 달렸다. 대부분 법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법안을 발의한 취지는 무엇일까.
 
법안의 제안 이유를 살펴보면, “최근 특정 종교 법인이 설치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그 종사자에 대하여 종교의식이나 행사에 참여할 것을 강제하고 이를 거부한 경우 정직 해고하거나 사직을 권고함으로써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종교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자유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인권적 차원에서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 역시도 종교의 자유이기 때문”이라며 “강요에 의한 종교행위는 최대한 사라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입사할 때 동의하면 문제가 안 되지만 합의나 동의 없이 강제 참여하게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설조항 ‘모호’…“활동에 제약될 것”
 
문제는 신설된 조항의 내용이 모호하단 점이다. ‘종교상의 행위를 강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문구에서 ‘종교상의 행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강제한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김상희 의원실 관계자는 “일반적인 범위를 생각하면 된다. 예배나 법회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강제한다는 것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하게 하면 강제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법이 적용되는 대상도 매우 포괄적이다. 교회나 기독교단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물론, 요양원, 장애인, 노숙인, 다문화 시설, 미혼모나 청소년센터도 모두 해당된다. ‘사회복지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자 및 시설의 장’이라고만 되어 있기 때문에 법인과 같이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시설도 다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또 단체의 종사자(직원)뿐 아니라, 시설 거주자와 이용자도 이 법을 적용해 누구든 법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때문에 실제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단체 입장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면 단체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토로한다.
 
임효민 사관(한국구세군 홍보부장)은 “일단 직원들이 법안을 근거로 법인에 속한 종교적 행위를 거부할 수 있고 법적 조치를 하게 되면 활동에 제한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종교행사를 통해 봉사자 인력 또는 지역의 유관기관들의 협조와 후원도 많이 이끌어낼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은데 종교성이 있다고 해서 제재를 받게 되면 단체 활동에도 지장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종교탄압”…종교계 복지활동 ‘위축’ 우려
 
일부의 극단적인 사례만 가지고 전체 종교단체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종교행위를 금지하는 법안. 처벌규정을 포함한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일각에서는 심각한 종교탄압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장헌일 원장(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행정학 박사)은 “종교적 특성에 따라 이뤄지는 종교행위가 있는데 이것이 다 저촉돼서 벌금 대상이 되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 원장은 “많게는 60% 이상을 기독교 종교시설로 봐야 하는데 법이 시행되면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성경적인 봉사가 절대적으로 제한을 받는다”며 “기독교의 이웃에 대한 사랑과 나눔, 섬김 활동인데 여기까지 제재가 들어온다면 단체들이 위축돼서 종교 법인 시설을 누구도 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독교는 한국에 선교를 시작한 이래 100년 간 성경적 사랑의 실천으로 사회를 향한 섬김과 봉사에 앞장서왔다. 소외된 이웃을 돌봐왔던 기독교의 사회복지 활동이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입법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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