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법인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종교행위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최근 발의됐다. 국회입법예고 안건으로는 이례적으로, 불과 열흘 사이 2천 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달리면서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종교법인이 설립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에게 종교행위를 강제해선 안 된다는 개정안이 발의됐다.ⓒ데일리굿뉴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종교의 자유 침해하는 것"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을 비롯한 11명의 의원들은 최근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자는 시설의 종사자에게 종교상의 행위를 강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종교 법인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종사자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제안 이유였다. 의원들은 "종사자가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정직·해고나 사직을 권고하는 경우가 최근 있었다"고 부연했다.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 법안에 17일 현재 2500여 건의 반대 의견이 달렸다. 통상적으로 입법예고된 법안에 개진되는 의견의 수가 많아야 몇백 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이다.
 
의견들 가운데서는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다. "종교 법인에서 설립한 사회복지시설이니만큼, 그 법인의 종교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또 "사회복지시설이 한두 군데가 아닌 만큼 종사자가 해당 시설의 설립 목적을 확인하고 선택하면 된다"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은 대부분 종교단체에서 먼저 시작한 만큼 종교형 사회복지법인의 비중이 높으며, 대부분 자유로운 종교 활동과 포교 활동을 운영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대로 시행될 경우,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의 장이 종사자에게 종교행위를 강제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되어있다.
 
 ▲17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인 해당 법안에 현재까지 2500여 건의 의견이 달렸다.(사진=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 캡쳐)

"업무가 종교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경우 외에는 종교활동 강요 안 돼"
 
몇 년 전 이와 관련된 사례가 실제 발생했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모 NGO단체에 입사한 비기독교인 직원이 "종교를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을 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것.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인권위는 진정인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해당 단체가 "인권위법에서 정한 합리적 이유 없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직원들이 종교를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진정인 A씨는 입사한 뒤 월요예배와 부흥회 등 종교행사 참여를 강요 받았고, 참석하지 않자 참석 강요에 이어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권고사직 압박을 받아 퇴사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단체 측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설립된 점을 강조했지만, 인권위는 "종교와 직원의 업무가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정 종교를 강요할 수 없다"며 "업무가 신앙과 직접 관련되는 종교적 업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는데도 종교행사에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종교단체가 아닌 사회복지사들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10일 이상 입법예고 기간을 마친 법안은 소관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한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공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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