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영화감독과 한국 프로듀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문제를 다룬 한중 합작 다큐 영화를 만들었다. 다큐 영화 <22>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이 공동 제작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자원봉사자가 중국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로하는 모습 ⓒ데일리굿뉴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 담담하게 담아내
 

영화 <22>는 중국에 생존해 있는 22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지난해 작고한 마오인메이 할머니의 본래 이름은 박차순. 부모님은 가난 때문에 중국으로 왔지만 할머니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어린 딸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할머니는 7살이 되던 해 민며느리가 됐고 18살이던 1941년 '양말공장에서 일하게 해주겠다'는 꾐에 속아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갔다.
 
"7월이었던 것 같아. 한커우였는데 문을 다 잠가서 안에 갇혀있었지. 한 명씩 들어와서 놀다가 가버렸어. 끝나면 그냥 바로 가버렸어. 다른 건 없었어. 아는 것도 있고 까먹은 것도 있어. 다 말했어. 이제 그만할래. 말할 때마다 마음이 아파."
 
전쟁이 끝났지만 고향에 돌아갈 길이 막막했던 할머니는 중국인과 결혼해 중국에 남았다. 위안부 후유증으로 불임이 된 할머니는 동네 소녀를 양녀로 삼았다.
 
한중 합작 다큐멘터리 <22>는 중국에서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육성을 그저 담담히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제목 <22>는 촬영 당시 중국에 생존한 피해자 수다. 궈커 감독은 어떤 인위적 개입을 배제하기 위해 배경음악조차 쓰지 않았다.
 
오직 피해 할머니와 이들을 돕는 운동가, 위안부 피해자가 낳은 중일 혼혈인의 목소리를 담담하게 전한다. 어떤 특수효과보다도 진실의 힘이 관객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끌었다.
 
그렇게 4년에 걸쳐 완성한 <22>는 지난해 8월 14일 중국에서 개봉해 5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중국 다큐 흥행 1위에 올랐다. 그리고 1년 뒤인 지난 14일 한국에서 이 영화가 개봉했다.
 
중국에서는 영화 <22>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했다. '위대한 중국'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아픈 역사는 잘 드러내지 않는 풍조가 있었다. 그럼에도 다큐 영화 1위를 차지한 것은 국경을 넘어 한국과 중국이 함께 대응해야 할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화 <22>는 장가이샹 할머니의 장례식으로 마무리된다. 눈 덮인 무덤엔 어느새 초록색 잔디가 돋아나며 봄이 온다. 22명이던 중국 내 생존자 수는 4년여 만에 6명으로 줄었다.
 
제작사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김원동 대표는 "흥행이 안될 걸 알면서도 극성수기인 8월에 개봉을 고집한 것은 그 뜻을 기리잔 의미"라며 "'또 위안부 문제'냐는 비난이 제일 가슴 아프다. 끝내지 못한 숙제를 계속하는 기분인데, 모두 함께 거들면 이 숙제도 더 빨리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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