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정상회담이 9월 중순경 평양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계기로 주춤했던 남북 대화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야흐로 동북아 평화시대로 가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북간도·연해주 지역 기독교 역사와 독립운동을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12일 서울 강북구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만열 박사가 북간도와 연해주 지역의 기독교 독립운동에 대해 강의했다.ⓒ데일리굿뉴스

"최초의 한글성경, 만주 지역서 발간"

중국 만주 일대는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들의 중요한 해외 독립운동 근거지 중 하나로 꼽힌다.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만열 박사는 만주 지역이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초의 한글성경이 발행된 곳이 다름 아닌 만주 지역이기 때문이다.

1882년 중국 심양의 문광서원에서 최초의 한글 신약성서인 '예수선교 누가복음'이 발행됐다. 당시 만주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존 로스 선교사가 바로 성경의 'God'을 '하나님'으로 번역한 장본인이었다.

조선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로 잘 알려진 언더우드 선교사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조선에 들어온 것이 1885년임을 고려하면, 조선은 특이하게도 선교사보다 성경이 3년 먼저 들어온 셈이다.
 
이만열 박사는 "존 로스 선교사는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에서 파견된 선교사로, 로스 선교사가 번역한 이 성경은 당시 압록강 북쪽에 살고 있던 약 3만 명의 조선인들에게 보급됐다"며 "188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100명 이상의 조선인들이 세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1882년 3월 누가복음 번역을 시작으로 요한복음과 사도행전 등이 차례로 번역됐다. 1887년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신약 성경 전권을 한글로 완역한 '예수선교전서'가 중국 심양에서 간행된다. 이 박사는 현재 중국 심양에 가면 로스 선교사가 세운 동관교회를 방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동관교회에는 '문서를 통해 하나님의 빛을 전한다'라는 뜻의 문광서원 건물이 있다. 바로 최초의 한글 성경이 보급됐던 당시의 역사를 더듬어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럼 조선에서는 언제 한글성경이 보급됐을까. 이만열 박사는 1900년대 들어서야 조선에서도 신약 성경이 번역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약 성경의 경우 1910년에 완전히 번역돼 1911년에 출판됐고, 이것이 바로 성경의 옛날 번역인 '구역'판"이라며 "오늘날 대부분 기독교인들이 보는 개역개정판은 1988년 번역됐다"고 설명했다.
 
연해주 독립운동가 이동휘…"오늘날로 말하면 전도사로서 활동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기착지 블라디보스토크 개척리에는 많은 조선인들이 정착해 살고 있었다. 국권을 되찾으려는 항일 독립운동가들도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점차 조선인들의 숫자가 불어나자 소련 당국은 이들을 새로운 한인촌이라는 뜻의 신한촌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1930년대 말, 신한촌에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1937년 스탈린정권은 이 일대의 조선인들이 일본의 첩자가 될 수 있다는 트집을 잡아 이들을 또다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러시아 라즈돌리나역은 당시 가장 많은 고려인들이 집결된 정거장이었다.
 
독립운동가 이동휘 선생도 이 신한촌에 살았던 인물이다. 이만열 박사는 "함경남도 단천 출신이었던 이동휘 선생은 1905년 자진해서 군대를 제대한 뒤 기독교에 입교하게 된다"며 "이후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교회와 학교를 세우는 애국계몽운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들이 이동휘 선생을 주시하고 본격적으로 감시하기 시작하자 이동휘 선생은 외국인 선교사 밑에서 오늘날의 전도사와 같은 간사 역할을 맡았다"며 "집회를 인도하며 애국계몽운동을 계속하다가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고 부연했다.

이렇듯 3·1운동 뿐 아니라 수많은 국내외의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에 있어서도 기독교인들은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교과서를 비롯해 역사 속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제기되곤 한다. 이에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독교인 독립운동가들의 업적 발굴과 기념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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