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고용절벽 상태에 놓인 한국과 달리 완전고용 상황에 진입한 일본이 만성적인 구인난에 빠졌다. 지난 7월 일본 기업정보회사 제국데이터뱅크(TDB)가 일본 내 1만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구인난을 호소하는 기업은 49.2%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 증가한 수치다. 구인난으로 결국 파산에 이른 기업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0% 증가한 70곳으로 나타났다. 도산신청은 인력 중심 업종에서 최근에는 서비스업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본 도쿄의 한 공장 조립라인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연합뉴스
 
만성적 일손 부족 메우는 외국인
 
일본은 이른바 '소자고령화(少子高齡化,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들고 노인들이 늘어난다)' 현상으로 인구감소가 매년 심화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달 발표한 인구동태조사(올해 1월 1일 기준)에 따르면 일본의 총인구는 1억 2,520만 9,603명으로 집계됐다. 1년 새 지난해보다 큰 폭인 37만 4,055명이 줄어들면서 일본의 인구는 9년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전체 인구의 59.77%인 7,484만 3,915명으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6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여기에 '아베노믹스'의 효과로 일자리 호황이 맞물리면서 일손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일본의 만성적인 구인난은 외국인 일손이 빠르게 메우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5년 새 2배 수준으로 증가해 128만 명(2017년 10월 기준)에 달하면서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에 3개월 이상 체류비자를 소유한 외국인(1월 1일 기준) 인구는 249만 7,656명으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이는 일본 전체 인구의 1.96%로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특히 20대 인구가 74만 8,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인구의 30%, 일본 전체 20대 인구의 5.8%를 차지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전체의 30%로 가장 많았고, 최근엔 베트남, 네팔 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외국인 단순 노동자에 이른바 '갈라파고스'라는 특유의 폐쇄적인 자국 중심주의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일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단순 노동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등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오는 2019년에는 외국인 노동자 수용정책을 책임지는 입국관리청을 발족한다. 또 먼저 일손 부족이 심각한 건설, 농업, 숙박, 의료(돌봄), 조선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체류자격을 만들어 2025년까지 50만 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 수용 계획과 최장 5년의 체류자격 부여 방침을 밝혔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부 내 건강·의료전략추진본부는 최근 베트남 정부와 협약을 맺고 오는 2020년까지 간병 인력 1만 명을 데려오기로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우선 1년 내 간병인력 3,000명에게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으며, 이들에게 일본인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보장키로 했다. 또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라오스에서도 간병인력 수용의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만성적 인력난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말 열린 외국인 노동자 정책과 관련 각료회의에서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외국인 인재를 폭넓게 받아들이는 체제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며 법무성에 외국인 정책과 관련한 "조직 전체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위클리굿뉴스 8월 12일, 36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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