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정년퇴직 이후의 생계문제 해결과 황혼이혼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이혼 대신 노부부가 별거를 통한 각자의 독립된 삶을 추구하는 졸혼(卒婚)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늘어나는 황혼이혼과 졸혼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결혼 초부터 남편에게 맞고 살았다. 남편은 공직에 있다 퇴직했는데 경제권을 쥐고 있어 늘 주눅 들어 살았다.…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어 내 몫의 재산을 분할 받고 이혼하려고 한다.”(86세 여성)

“아내가 5년 전 딸이 있는 외국에 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명목상은 딸집에 간 것이지만 아마도 거기에 다른 남자가 있는 듯하다.…아내는 내가 돈벌이를 하지 못한 다음부터는 아예 대놓고 무시했고, 다른 남자도 만나고 다녔다. 나도 그런 아내와 더 이상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다.”(90세 남성)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작년 면접상담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혼상담이 26.3%(5,215건)로 가장 많았다. 특히 황혼이혼 상담이 급증하면서 작년 남성 이혼 상담자 중 60대 이상의 비율이 30.4%로 가장 높았다.

또한 황혼이혼이 늘어난 가장 큰 요인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따라 아내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가부장적 관습 아래 살기를 원치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황혼이혼에 임하는 부부들은 젊은 시절부터 오랜 시간 친밀감 없이 지내온 경우가 많았다. 이들 부부들의 경우 장성한 자식들이 떠나면 부부 둘이서만 살아야 하지만, 기존과 다른 빈 둥지에서 배우자와의 생활에 대한 부담감과 불행을 느끼면서 이혼이라는 자유를 선택하는 측면도 전에 보다 많아졌다.

여기에다 지난 1991년 재산분할 청구권 도입으로 가사노동을 했던 아내들도 이혼 시 재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돼 황혼이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도 황혼이혼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부부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 부부의 애정이 없어도 대다수의 노부부들은 수십 년의 결혼생활에서 서로 쏟아온 노력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 장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서로 헤어지는 것을 망설인다. 그래서 이혼의 대안격으로 졸혼이 떠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황혼이혼을 우회하는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졸혼인 셈이다. 졸혼의 장점으로는 자기 인생의 후반부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점과, 배우자와의 관계를 재설정해 보다 좋은 관계로 구축될수 있다는 점이다. 그 외 가족 인력의 이동 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졸혼은 이혼으로 가는 수순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 경제적인 부담으로 생활수준의 하락, 질병이나 사고 등 위급 시에 의지할 사람이 근처에 없다는 점과 새로운 고독에 적응해야 하는 점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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