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은 우리민족과 교회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단순히 정치적인 독립만이 아니라 일제의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적 통제로부터의 자유, 곧 신교(信敎)의 자유를 의미했다.
 
해방과 함께 우리민족에 주어진 일차적 과제는 식민지적 삶과 역사를 청산함으로써 민족정기를 바로 잡는 일이었다. 교회적으로 말하면 친일적 기회주의, 반신앙적 교권주의를 청산하고 바른 교회를 세워가는 일이었다.
 
35년간 일제강점 하에 있었던 우리민족은 친일세력청산을 통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했다. 한국교회는 신사참배 등 배교적 행위와 일제의 기독교 통치 혹은 말살정책에 협력했던 친일적 종교지도자들을 자숙케 함으로써 신앙정기를 바로잡고 교회쇄신을 이룩해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었다.
 
해방된 조국에서 굴욕의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역사의 당위였다. 그러나 우리 민족과 교회, 그 어느 쪽도 친일세력을 제거하거나 잠재우지 못함으로써 식민지적 상황은 그 이후의 한국사회와 교회현실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왔다.
 
그 부정적인 영향을 민족적 차원에서 말하면 친일적 기회주의적 행태, 반민주적 권력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교회적으로 말하면 기회주의적 권력지향과 반 신앙적 교권주의 그리고 자기 보위를 위한 교회분열이다.
 
해방 후 한국교회가 친일적, 반신앙적 교권주의자들을 잠재우지 못한 또 한 가지 결과가 권력지향적 행태였다. 친일 전력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1950년대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자리에 좌정하고 득세했을 뿐만 아니라 교단의 총회장 혹은 신학교육의 책임자로 활동했으며 국가권력에 대해서도 기회주의적 보신(保身)의 길을 갔다.
 
이들은 이승만 정부 하에서는 정권을 무조건 지지할 뿐만 아니라 불의한 권력연장 시도에 대해서도 거부하지 않고 호신과 변신의 길을 걸어갔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정부수립 후 1950년대 말까지 한국교회는 정치 현실을 객관화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대응하는데 있어서는 미숙했다.
 
결국 해방 후 우리나라의 정치지배층이 다수의 기능적 친일 지식인으로 충원된 결과 민족적 가치보다 현실안주적인 기존제도유지에 관심을 쏟았고, 이러한 정치지배층이 한국정치의 민주적 발전에 부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논리지만 한국교회가 친일전력 인사들을 제거하지 못한 것은 교회분열, 신앙정기의 상실, 권력지향적 신앙양태 등 한국교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제 광복 73주년을 맞으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나타나 있는 와해된 윤리의식, 정신적인 가치들을 말끔히 정세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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