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종교인 과세가 본격 시행되면서 교회에서 사역하는 교역자를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역자 청빙 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는데, 교회에서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페이스북 페이지 ‘전도사닷컴’에서 지난 달 13일 ‘목회자 근로계약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전도사닷컴’ 캡쳐)

목회자 10명 중 9명, “근로계약서 한 번도 못 써봤다”

지난 달 13일 기독교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 ‘전도사닷컴’에서 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현직 목회자를 대상으로 ‘교회 청빙 당시 한 번이라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본 경험이 있냐’고 물었는데, 설문에 참여한 425명 중 89%가 ‘그런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한 번은 써봤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교역자들은 댓글로 “근로계약서는 언제나 구두로만 이야기 했고, 때로는 담임목사와 교회 중직자들이 ‘하나님의 일’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역량 이상의 많은 헌신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또 “출근 시간과 사역 시간이 거의 일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근로계약서 작성은 쟁점이 될 만한 문제인 것 같다”, “보호 장치가 전혀 없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시스템은 너무 불합리하다” 등과 같은 지적도 있었다.

꾸준히 제기돼 온 ‘교역자 근로계약서’ 문제

‘교역자 근로계약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년 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부교역자 사역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세미나를 마련해 ‘사역계약서 모범안’과 같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세미나에서 발제했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부교역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이들의 열악한 사역 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길 바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당시 부교역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사례비가 적은 것도 문제였지만 사역하는 시간과 어떤 사역을 하는지, 그리고 월급을 얼마 받는지 정해지지 않은 채로 대부분 사역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래서 사역계약서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문제 제기를 해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년 전과 비교할 때 눈에 보이는 변화는 아직 없는 것 같다”며 “근로에 대한 개념이 많이 변하고 있는 요즘, 교회가 부교역자의 안정적인 대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법률 전문가는 “종교인 과세 시행 이후 교역자가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신고하려면 원칙적으로 교역자는 ‘근로자’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데일리굿뉴스

종교인 과세 시행…‘교역자 근로계약서’ 문제 불거져

‘교역자 근로계약서’ 문제는 올해 초 종교인 과세가 본격 시행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교역자를 근로자로 인정한 경우도 있고, 인정하지 않은 판결도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교역자가 ‘근로자’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법인 저스티스 지영준 변호사는 “종교인 과세 시행 이후 교역자가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신고하려면 원칙적으로 교역자는 ‘근로자’여야 하고, 근로자라면 근로계약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 변호사는 그러면서 “교회가 노무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는 게 사회적으로 밝혀지면 또 다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 변호사는 특히 “교회가 교역자의 업무는 ‘하나님의 일’이라는 것과 ‘교회법과 세상법은 구분된다’는 이유로 여태까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는데, 이제 자발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준비하고, 4대 보험도 능력이 되면 다 가입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교인 과세를 시행할 때 일부 교회들은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미리 납세를 하고 있었던 것처럼 근로계약서 문제도 법이 정해지기 전에 교회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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