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가장 많이 방문한 사진기자, 김정일 위원장이 유일하게 기억한 '남녘 사진가'. 모두 임종진 작가를 수식하는 말이다. 임종진 작가 북한의 생활상을 담은 특별한 사진전을 개최했다.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결혼사진을 찍고 있는 부부 ⓒ데일리굿뉴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6차례 북한 방문
 
고무줄 놀이를 하는 아이들,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가는 아버지, 손을 잡고 강변을 걷는 젊은 연인 등 평양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임종진 작가가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종로구 갤러리 류가헌에서 사진전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를 진행 중이다.
 
임종진 작가는 1998년,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처음 북한을 방문했다. '남북이 서로 공감할 만한 것을 찍고 싶다'는 임 작가의 요청에 북한은 유례없이 자유로운 촬영을 허가했다.
 
"남쪽에는 '꽃제비'라 불리는 사진들이나 체제비판적인 사진들이 많아 북쪽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모자람이 있습니다. 당신들 살아가는 보통의 모습들을 내 느낌대로 찍으려 하니 통제하지 말아주세요. 나를 믿으셔도 됩니다."
 
북측 안내원들은 다음날 답변을 줬다. "림선생! 찍고 싶은 대로 다 하시라요. 우리가 한번 믿어 보갔습네다!"
 
첫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로운 분위기였다지만 북한이 사진에 민감한 시절이었다. 임작가는 1998년 첫 방문을 시작으로 2003년까지 6차례에 걸쳐 북한 땅을 밟았다.
 
임종진 작가는 평양 시내 곳곳을 별다른 제지 없이 돌아다니며 정치나 이념에 의해 삭제되거나, 왜곡되지 않은 북한 주민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임종진 작가가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평양에서 사진전 개최하는 것이 소망이죠"
 
임 작가는 남과 북의 일상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번 사진전을 개최했다고 전했다.
 
"우리 삶과 다를 것 없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재잘거리는 어린 아이들도 길거리에 넘쳐났고, 젋고 밝은 대학생들을 만나 수다를 떨기 시작했죠. 다른 줄로만 알았는데 같은 것이 있음에 가슴이 설레었어요."

이런 임종진 작가의 모습을 본 북측 안내원 들은 농담 섞인 말을 건네기도 했다. "림선생! 사는 거이 뭐 다 똑같디요. 무엇이 좋아서 그리 찍습네까? 하하하"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수백, 수천 장의 사진 중에서도 남쪽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북한의 일상이 잘 표현된 110여 점의 사진을 선정했다.
 
임 작가는 그 중에서도 북한 여성들이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는 한 작품을 가리켰다.
 
"빈곤과 억압 위주의 체제적 단면만 교육 받아온 저에겐 '북한 사람도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북한의 일방적인 모습만 봐왔던 사람들에게 이 사진을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물론 이 사진들이 북한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임 작가는 반세기 동안 떨어져 있었던, 그래서 폭 넓은 다양함으로 북한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남쪽 사람들에게 '그 동안 알고 있던 북한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북한 고향을 떠나오신 분들은 본인이 겪은 어려움 때문에 이 사진들이 아프게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북한 사람들이 억압과 고통의 대상으로 규정화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전시회를 열게 된 거에요."
 
임 작가는 '하나'가 되는 과정에는 분명 과도기가 있을 수 있지만 그 하나가 두려워 그것만 가지고 부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서로의 다름이 잘 포개어 지고 다듬어 져서 하나의 틀이 만들어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정책적인 통일은 위에서 정치가 한다면, 정서적인 통일은 밑에서 민간이, 예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남과 북의 닫힌 정서의 길이 열리길 바라요. 또 이 전시를 평양에서도 열 수 있길 소망해봅니다."
 
임종진 작가의 사진전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는 8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류가헌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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