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을 덮친 때 이른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입추를 앞두고 살인적인 찜통더위에 전국이 펄펄 끓으면서 찜질방이 따로 없을 정도다. 11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각 업계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11년 만의 유례없는 폭염으로 '몰캉스(쇼핑몰 바캉스)', '백캉스(백화점 바캉스)'를 즐기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22일 시민들로 붐비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의 모습 ⓒ연합뉴스
 
폭염에 울고!
 
최근 농작물을 비롯해 가축과 수산물이 집단 폐사하는 등 폭염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집계(이날 오전 9시 기준)에 따르면 전국 13개 시·도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는 총 262만 9,000마리였다. 2016년 같은 기간 191만 9,000마리에 비해 36.9% 늘어난 집계다. 농작물 햇빛 데임(일소) 피해발생 규모는 92ha(1㏊=1만㎡)에 달했다. 이는 축구장 125개에 맞먹는 면적이다. 양식장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고 적조특보까지 내려지면서 각 지자체가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집단 폐사 피해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유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더위에 약한 젖소들이 폭염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유를 만드는 원유 생산량이 평년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줄어들었다. 집유량 감소로 제품 공급의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에, 원유 가격마저 5년 만에 ℓ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 인상되면서 우유 및 유제품, 제과제빵 등의 가격 인상에 대한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폭염에 웃고!
 
그러나 오히려 폭염으로 '반짝 특수'를 얻는 곳이 있다. 가전업체는 최근 에어컨, 선풍기 등 여름 가전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7월 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간 판매된 에어컨 매출액은 직전 주(7월 5일~11일)보다 9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 동기간(7월 16일~22일)에 비해서는 60% 늘어난 수치다. 대유위니아와 대우전자는 폭염경보가 발효된 7월 16일 하루 동안 에어컨 7,000여대를 판매하며 최고 매출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특히 손선풍기는 올 여름 빅히트 상품답게 여전히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유통업계도 폭염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야외를 피해 이른바 '몰캉스(쇼핑몰 바캉스)', '백캉스(백화점 바캉스)'를 즐기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마트, 백화점, 쇼핑몰 등의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는 7월 21일부터 22일(주말)까지 하루 평균 20만 7,000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주말 평균 방문객 수인 16만여 명에 비해 약 29% 증가한 집계다. 매출도 지난해 동기간 대비 44% 올랐다. 무더운 열대야 현상에 잠 못 이루는 올빼미족이 늘어나면서 편의점 심야매출과 극장의 심야객석 점유율도 크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미치는 업계의 희비에 대해 "일상화된 폭염에 대해 극복할 수 있는 방안과 대책을 찾고, 폭염에 외면당하는 재래시장 등의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클리굿뉴스 8월 5일, 35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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