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앞에서 우린 속절없고, 삶은 그 누구에게도 관대하지 않다. 다만 내 아픔을 들여다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린 꽤 짙고 어두운 슬픔을 견딜 수 있다. "모두가 널 외면해도 나는 무조건 네 편이 되어줄게" 하면서 내 마음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 본문 30쪽, '내가 네 편이 되어줄 테니' 중에서
 
 ▲이기주의 <한때 소중했던 것들> ⓒ데일리굿뉴스

대한민국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며 지난 2017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 그가 2년 만에 산문집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전작 <언어의 온도>와 <말의 품격>이 일상의 언어에 대한 집중이었다면, 이번 신간은 일상의 면면들의 수집이다. 삶을 향한 작가의 꾸준한 '관심'과 약간의 '통찰력'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영롱하게 반짝이는 특별한 순간을 알아챈다.

작가는 지금은 곁에 없지만 누구나의 가슴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난날 곁을 머물다 떠나간 사람과의 대화, 건넛방에서 건너오는 어머니의 울음소리, 휴대전화에 찍힌 누군가의 문자메시지, 문득 떠오르는 어느 날의 공기나 분위기, 결국 '그리움'으로 귀결될 순간순간들이다. 그리고 그가 꺼내놓은 고백은 잔잔하게 공명하며 비슷한 경험을 가진 독자들의 상처와 마주한다.

그러나 작가는 "지금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지난날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것들"이라고 말한다. 아물지 않은 상처를 끌어안고 삶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행복했던 기억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이 시켜서 하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인생의 평범하지만 자명한 진리를 깨우친다. 이 책을 통해 추스르고(1부), 건네주고(2부), 떠나보내면서(3부) 묵직한 감동과 울림이 독자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두드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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