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있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놓고 서로 먼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며 ‘기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있다.
 
6·12 북미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존 볼턴.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7월 5일(현지시간) ‘1년 내 북한 비핵화’가 자신의 요구사항이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이었다고 주장해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우선순위는 북한의 비핵화”라며 “김정은은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일(비핵화)을 할 것이고 1년 안에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이런 언급은 지난 6월 1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 그가 “우리는 물리적으로 1년 이내에 엄청난 양의 (북핵) 프로그램을 해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1년 내 비핵화’ 목표를 제시한 것과는 온도차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한 달 전 인터뷰에서 1년이라는 시간표 공개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데 치중한 것이라면,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 달 전에 언급했던 시간표는 미국이 아닌 북한의 자발적인 약속임을 상기시키면서 한 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친서(親書) 외교’ 시점에 나와 더욱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일 김 위원장이 보낸 세 번째 친서를 받고 나서 트위터를 통해 “당신의 ‘멋진 서한’(nice letter)에 감사한다. 곧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김 위원장 측에 답신을 전달했다.
 
볼턴 보좌관도 폭스뉴스에서 “그들(북미 양국 정상)은 서신 왕래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비핵화를 위한 정상 외교가 순항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최근 북한이 6·25 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가 담긴 운구함 55개를 돌려보냈다는 점도 북미 사이의 유화적인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여겨진다.
 
북미정상회담의 후속협상을 지휘하는 폼페이오 장관 역시 8월 4일 ARF 본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우리가 시간표 내에 해낼 것으로 낙관한다”며 비핵화 대화의 성공을 자신했다.
 
물론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만 보장된 것은 아니다.
 
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지난 8월 3일 추가로 대북 독자제재를 단행하는 등 외교와 압박이라는 ‘투트랙’ 전술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한편으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비핵화한 북한’이라는 이 세계의 목표를 손상하는 어떠한 위반이든 미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의 실제 비핵화 전망을 순진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고 언급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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