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 문제, 혜화역 시위, 양심적 병역 거부'. 요즘 사회 전반에 난민 혐오, 성 혐오, 종교 혐오 등 '혐오'가 넘쳐나고 있다. 한때 문학작품에서나 주로 등장하던 '혐오(嫌惡)'라는 한자어는 급격히 확산되면서 이제는 그야말로 혐오가 만연한 사회가 돼버렸다.
 
한국교회도 이 여파를 비켜가진 못한 모습이다. 혐오의 분위기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지금, 교회의 현주소는 어디쯤일지 살펴봤다.  
 
 ▲사회적으로 '혐오의 분위기'가 위험수위에 달한 지금, 한국 교회도 이 여파를 비켜가진 못했다.

혐오로 얼룩진 한국사회…"이러다 '혐오공화국' 될라"
 
하루 중 현대인들이 가장 빈번히 접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상만 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혐오 단어들로 넘쳐나고 있다.
 
'헬조선', '일베충, '젓갈남' 등의 용어가 단적인 예다. 이밖에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비유하는 말)', '맘충(자신의 아이밖에 모르는 몰지각한 엄마)', '급식충(학교에서 급식만 축내는 학생들)'의 단어처럼 소수자나 특정 집단 뒤에 '충(蟲,벌레)'을 붙여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가하면, '김치녀'와 '된장녀' 같이 한국여성 전체를 비하하는 어휘가 쉼없이 쓰여진다.
 
언어는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미 사회 깊숙이 '혐오의 정서'가 박혀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혐오의 정서가 극대화된 건 '제주도 난민문제' 영향이 컸다. 예멘 난민들이 '무슬림'이고 '중동인'이라는 배경만으로 기피 대상이 됐다. 문제는 결코 이들에게만 이런 잣대가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주민을 비롯해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탈북민 등 소수자를 향한 시각에도 혐오와 차별이 뒤따른다.   
 
이를 넘어, 현재 혐오의 종류는 지역, 계층, 이성간 등 다양한 층위를 망라한다. 광복 이후 1970년대까지는 반공을 둘러싼 이념 갈등에서 주로 나타났다면, 그 이후 정치와 환경, 질병 등으로 확산되며 혐오 대상도 광범위 해졌다.  
 
한국교회도 피하지 못한 '혐오 정서'
 
혐오 확산은 종교영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교회 역시 혐오의 기류를 피해가지 못했다. 최근 기독교 내에서는 이슬람교 혐오 표현이 늘고 있으며, 난민 문제나 동성애를 논함에 있어서도 증오의 감정이 담긴 자극적인 언사가 남발한다. 
 
사실 교회공동체 안에서도 차별과 증오, 혐오는 오랫동안 엄연히 존재해왔다. 지난해 한 기독교 매체가 실시한 '교회 내 여성 혐오'에 대한 설문 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83.3%나 '교회와 기독교 단체에서 여성 혐오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해당 혐오 사례를 분석한 결과, △외모·복장·나이를 언급하는 문화(79.3%) △성 역할 고정 및 차별(67.4%) △여성 차별 설교(47%) △기타(11%) 순으로 나타났다.  
 
좀더 구체적으로 답한 내용을 보면, "성범죄를 저지른 직분자의 죄도 죄지만 여성들이 복장부터 조심해야 한다"에서부터 "여성이 원죄라 잠잠해야 하고 가르치는 직분을 맡아선 안된다"는 등 여성 비하적인 사고가 서슴지 않고 표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기독교사회윤리학)는 "한국교회가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수직적인 공동체를 건설해온 탓에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고착된 것 같다"며 "그 의식이 '여성 혐오'로 이어져 교회 내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성서적 접근'으로 혐오 없애야

기독교에서 발생하는 혐오의 또 다른 대표적 예는 '타종교에 대한 혐오'다. 사회 내에서는 타종교 혐오 표현이 주로 기독교인들에 의해 발생한다는 말까지 흘러 나온다.
 
특히나 요즘 들어 한국교회의 이슬람교 혐오 표현이 유독 늘고 있다. 이 역시 예멘 난민 문제와 연관돼 있는데,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기독교인들은 이들의 종교적 배경을 두고 찬반논쟁으로 벌일 정도로 입장이 갈렸다. 일부 기독교 모임을 중심으로는 "예멘 사람들은 난민이 아니라 이슬람일 뿐"이라며 "이슬람이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말까지 돌았다.
 
이 같은 혐오적 정서로 교계의 갈등이 조장되자, 이제 한국교회는 '성서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현재 교계에 만연한 혐오를 없애는 데도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FIM국제선교회 대표 유해석 선교사는 "이슬람에 대한 경계심이 자리해 다가가기 어렵고 힘들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우리 기독교인들은 오직 복음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묵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신앙을 명분으로 또는 성서를 근거로 혐오와 배제의 논리를 펼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리스도의 신앙 전통과 유산은 모두를 향한 사랑을 강조한다. 성서적인 접근을 통해 진정한 복음을 이루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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