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들은 '미혼' 대신 '비혼'으로 불리고 싶어한다. 미혼(未婚)이 결혼을 '못한' 것이라면, 결혼을 '안 한' 상태라는 비혼(非婚)은 개인의 선택권을 보다 강조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왜 비혼을 선택하는 걸까? N포 세대 비혼족 청년들이 직접 말하는 비혼의 이유와 교회에 바라는 역할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스스로를 '비혼족'이라 일컫는 청년들에게 직접 비혼의 이유를 들어봤다.ⓒ데일리굿뉴스

"왜 비혼 선택했는지 청년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세요"
 
지난 4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일반인 미혼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3명인 33.3%만이 "앞으로 결혼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비혼을 생각하고 있거나 앞으로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을 한 청년들은 10명 중 7명이었다.
 
이들이 비혼을 선언하는 이유는 뭘까. 신하영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아직 뭘 몰라서' '철이 없어서' 비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철이 들었기 때문에, 세상을 잘 알기 때문에 비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신하영 연구위원은 2015년 기준 2,30대 여성들이 2명 중 1명 꼴인 55.2%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는 통계청 발표에 주목했다. 이들이 비혼을 선언하는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직장과 결혼제도였다.
 
신 연구위원은 "청년 가운데서도 특히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로 경력단절, 그리고 둘째로 가사노동과 육아를 여성이 전담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회는 청년들이 왜 비혼을 선택했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도 청년들이 왜 비혼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물어보기도 전에 청년들에게 결혼에 대한 압박을 주는 교회 분위기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비혼 청년들이 속할 교회 공동체가 부재하단 점도 아쉬움으로 꼽았다.

믿는페미 활동가 폴짝은 "대부분 교회 청년부는 20살부터 결혼하기 전까지의 청년들이 소속되는 부서"라면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못한 청년들은 교회에서 갈 곳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청년'이지만 많게는 20살 차이 나는 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이 어색해 공동체에 어울리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교회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비혼 청년들은 교회가 현실적인 문제에 처한 청년들을 폭넓게 이해하고 이들과 소통하는 열린 모습이 되기를 바랐다.
 
"교회가 올바른 결혼생활에 대한 롤모델 제시할 수 있어야"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비혼 청년들에게 교회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 김향숙 공동대표는 청년들이 비혼을 택한 이유는 경제적 부담도 물론 간과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도 결혼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이패밀리가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독 미혼남녀들이 비혼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되풀이 하기 싫어서'(29.8%)였다. 이어 '현재 생활에 만족해서'(25.4%), '넉넉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19.4%)가 그 뒤를 이었다.
 
김향숙 대표는 "비혼을 선언하는 청년들은 부모의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결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며 "하지만 미디어와 사회에서는 '혼자 사는 것이 더 편하고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비혼을 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이렇듯 행복한 결혼에 대한 롤모델이 부재한 상황에서 '결혼을 해야 된다'라고 하는 교회의 언어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교회에서는 결혼에 대해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권면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신앙을 가진 청년들이라면 성경에서 결혼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며 세상적 기준보다 성경적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교회에서는 행복한 결혼의 롤모델을 직접 보고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청년들이 실제로 결혼의 유익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인 부모들도 행복할 수 있도록 교회가 가정 회복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직접 보여주는 것 외에 이보다 더 강력한 방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