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어느 땅에도 길은 없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 걷고 그 뒤를 따라 다시 어느 누군가 걷다 보면 그렇게 길이 된다. 어느 때보다 엄혹한 사회와 마주한 이 시대 청년들은 지금 '신앙의 길'을 만들어갈 여력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오로지 거리로 나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하나님을 찬양할 '통로'를 만들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당장 주어진 길이 없을 지라도 어디서든 주를 예배하길 바란다"는 이들은 타인들의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키며 모두가 걸어갈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지난 21일 경기도 광명 철산로데오거리에서 열린 강한별 씨의 버스킹예배를 다녀왔다.ⓒ데일리굿뉴스

'유흥 1번지' 한 복판서…"우리는 주님을 예배합니다"
 
경기도 광명 철산로데오거리의 주말은 불야성을 방불케 한다. 형형색색의 네온사인과 밀집된 술집, 그리고 유흥업소들 사이로 주말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붐비기까지 했다. 토요일 저녁 7시 30분. 온갖 세상소리로 가득했던 이 거리는 감미로운 찬양으로 가득 채워졌다.
 
“안녕하세요. '버스킹예배'를 드리는 청년입니다. 살아계신 하나님께 예배하려고 나왔습니다.”

따로 무대도 없고 오로지 거리 한 복판에서 한 청년의 인도로 은혜로운 예배가 드려졌다. 거리 위 예배에 임한 40여 명의 사람들은 온 맘 다해 뜨거운 찬양으로 하나님을 노래했다. 찬양의 열기는 지나가던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해 보였다.
 
이따금씩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이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 속에 "매주 여기서 예배 드리잖아"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렸다. 이는 오랜 시간 이 곳에서 거리예배가 드려져 왔다는 걸 짐작하게 했다.
 
지난 2016년부터 드려진 거리예배는 청년 강한별 씨(27)에서 비롯됐다. 이 예배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생중계되며 철산역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엔 전라도 광주를 비롯해 시흥, 안양, 일산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오직 예배를 위해 온 이들이 모였다.          
 
그렇다면 이들의 발길을 거리로 모여들게 한 요인은 무엇일까. 경기도 시흥에서 왔다던 이상원 씨는 이날 처음으로 거리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교회에 오랫동안 다녔는데 교회 안에서만 예배하는 게 어느 순간 틀에 갇혀 있단 느낌을 받곤 했다"며 "길거리 예배가 형식적이지 않아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됐다"고 웃음을 보였다.
 
한 켠에서 수줍게 찬양을 따라 부르고 있던 한 청년은 군복무 중이었다. 군부대 교회에서 찬양인도를 맡고 있다는 김형섭 씨(23)는 거리 예배에 참석하고 싶어 휴가 받을 때마다 오고 있다. 그는 "이번이 두 번 짼데, 찬양 사역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매번 올 때마다 위로를 받고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아이를 곁에 둔 채 갓난 아기를 안은 아이 엄마는 예배에 유독 집중한 모습이었다. 안양 중앙성결교회를 다닌다는 조선화 씨는 예배가 끝나고 나서야 대화가 가능했다. 처음으로 온 가족이 출동했다던 그는 "오히려 교회와 집에서 찬양하는 것보다 길에서 찬양 할 때 훨씬 더 위축됨을 느낀다"고 했다.

그럼에도 길 위에서 드려지는 예배를 놓지 못하는 건 "어디서든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다는 마음을 얻게 된다는 것"이라며 "교회에서만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할 수 있는 삶이 되길 바란다. 내 삶 자체를 온전히 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지난 19일 '덜불편한예배'팀이 모여 예배 시작 전 기도를 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젊음의 공간 마로니에공원에서 드려지는 '덜 불편한 예배'
 
문화 예술의 성지이자 젊은이들의 메카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찬양 같으면서도 찬양 같지 않은 선율이 울려 퍼졌다.
 
최정환 씨와 이혁재 씨가 멤버로 구성된 '덜 불편한 예배'의 버스킹 현장이다. 같은 대학(백석예술대)에서 만난 두 청년이 편곡한 찬양에서 이 둘만이 줄 수 있는 재기 발랄함과 풋풋함이 느껴졌다.

최 씨와 이 씨는 예배 시작 전, 스태프로 도와 주는 친구들과 함께 앰프와 마이크를 설치한 뒤 다 함께 모여 예배를 위한 기도를 했다. 저녁 8시, 공원이 어스름해지자 하나 둘 씩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덜 불편한 예배가 시작됐다.
 
실용음악과 전공자 답게 기타를 들고 한 시간 가량 기도와 찬양을 반복한 두 청년의 음악성은 기독교가 아닌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수준급의 기타 연주 실력과 가창력은 공원을 찾는 행인들의 귀를 편안하게 사로잡을 만 했다. 이들의 의도가 적중이라도 한 듯 사람들은 팀 이름처럼 찬양과 예배를 덜 불편하게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이들을 지켜 본 한 커플에게서 이 예배를 어떻게 느끼는지 들어봤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여성(25)은 "직접적으로 나를 전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예배가 크게 거부감 주거나 불편한 느낌을 주진 않는다"며 "오히려 노래 소리가 좋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남자친구는 "처음에는 그냥 공연인 줄 알았는데 앉아서 듣고 있다 보니 예배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거리에서 이렇게 예배를 인도하는 청년들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팀원들은 무더위에 땀을 흘리면서 하늘이 어두워 져도 하나님을 향한 찬양과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예배 시작 전 부터 쉬고 있던 두 명의 크리스천 50대 여성은 믿음의 청년들이 거리로 나와 예배하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매번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만 이렇게 청년들이 길 위로 나와 찬양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교회에서 받는 은혜와 또 다른 새로운 은혜를 받는다"며  "믿음의 열정을 가지고 보냈던 청년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