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도 동두천에서 4살 A양이 무더위 속 통학차량 안에 갇혀 목숨을 잃은 사고가 일어났다. 운전기사와 보육교사의 무관심 속에 7시 동안 차량 뒷좌석에 갇혀 있던 아이는 달궈진 차량 안을 벗어나고자 뼈가 뒤틀릴 정도로 발버둥 치다 숨을 거뒀다. 지난 5월엔 전북 군산에서 4살 B양이 2시간 가량 방치됐다 가까스로 구조됐다. 2년 전 이맘때 광주광역시 한 유치원 통학버스에 방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최모(당시 4세)군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통학차량 방치로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어린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관계 당국은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집 차량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어린이 생명 보호를 위한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법과 처벌, 제대로 가고 있나 '의문'
 
우리나라는 도로교통법 제53조에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운행을 마친 후 어린이나 영유아가 모두 하차하였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경우 처벌은 범칙금 13만원, 벌점 30점이다. 피해에 비해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주장이 꾸준한 이유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어린이를 차량 및 위험에 방치할 경우 사안에 따라 살인에 준하는 강력범죄로 다룬다.
 
지난해 5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는 8개월된 여아를 낮잠 재우기 위해 머리끝까지 담요로 덮고 베개로 얼굴을 누르고 때린 보육교사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전문가들은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아동 관리를 소홀히 한 어린이집과 보육교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허억 교수는 "실제 사고 사례를 중심으로 안전 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현재는 이런 부분에 대한 교사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프로그램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어 교사들에게 중형이 선고되는 일이 적고 시설 폐쇄 등 처벌을 받고도 운영을 계속하는 등 법과 처벌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큰 문제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2012년 6세 여아를 강당에 가둬놓고 방치해 숨지게 했던 서울 창동의 발레학원 원장은 다른 사람을 원장으로 내세워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처벌이 약한 데다 그마저도 피해갈 수 있어 사고가 계속된다"고 했다.
 
2년째 의식불명인 광주 최군이 다니던 유치원은 최근 폐쇄명령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유치원을 폐쇄하면 어린이집 원장이 경제적 타격을 입고, 원생들과 학부모가 전학하면 피해가 크다는 이유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 도입해야
 
처벌 수위 강화와 함께 정부가 사고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두천 A양 사건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청원이 제기됐다.
 
미국에서 적용 중인 '슬리핑 차일드 체크'제도를 한국에도 도입할 때라는 지적이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는 버스 뒷좌석의 버튼을 눌러야 시동을 끄거나 차문을 잠글 수 있도록 마련한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관리 시스템이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해 주세요'란 7월 17일자 국민청원은 23일 오후 4시 현재 벌써 9만5천명을 넘어섰다.
 
또 지난 20일 CBS 의뢰로 국내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시급하게 도입하는 것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78.2%로 거의 10명중 8명이 찬성하는 수치를 나타냈다.
 
'매우 공감한다'는 응답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63.9%), 60대 이상(55.8%), 30대(54.4%), 50대(51.7%) 순으로 절반이 넘었고, 20대에서는 19.1%로 다소 낮았다.
 
직업별로는 가정주부와 사무직에서 '매우 공감한다'가 각각 62.8%와 61.0%로 높게 나타났고, 학생에서는 '매우 공감한다' 17.4%로 공감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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