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후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소득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걱정 때문에 오히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서 야근수당을 받겠다는 머라밸(money and life balance)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독교 대안은행인 희년은행에서는 소비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덜 벌고 덜 쓰는' 삶을 제안한다.
 
 ▲희년은행의 운영 구조와 현재 청년들이 겪고 있는 재정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데일리굿뉴스

과소비·중독소비가 만연한 소비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 사는 방법은?

20대 후반의 A씨는 1년 전 취업에 성공했다. 학자금 대출을 갚으면서 매달 월세를 내고 나면 정작 수중에 남는 돈은 많지 않다. 주변을 둘러봐도 빚 없는 친구들을 찾기가 힘들다. 한국사회 가계부채는 1,440조 원을 넘어섰다.

기독교 단체 희년함께는 부채탕감운동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지난 2016년 기독교 대안은행 '희년은행'을 출범했다. 우선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했다.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무이자·무담보 대출을 하고 있다. 스웨덴 야크 은행을 모델로 삼고 있는 희년은행에 가입된 조합원은 391명, 출자금은 약 2억 6천만 원이 모였다.

19일 서울 중구 희년함께에서 열린 '청년을 위한 사회경제학' 세미나에서 김덕영 사무총장은 "무이자 저축과 무이자 대출이 희년은행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라면서 "저축한 금액과 기간에 비례해서 무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이자와 원금을 갚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예금이자보다 높은 대출이자를 통해 이윤을 만들어 낸다. 가령 예금이자가 2%이고 대출이자가 5%이면 3%의 예대마진이 생기는 방식이다.

희년은행은 이자를 받지 않고 대신에 조합비로 이자를 상쇄하고 있다. 레위기와 신명기 등 성경에 나오는 이자를 받지 말라는 말씀을 적용했다. '네가 형제에게 꾸어 주거든 이자를 받지 말지니 곧 돈의 이자, 식물의 이자, 이자를 낼 만한 모든 것의 이자를 받지 말 것이라(신 23:19)'

희년은행이 제시하고 있는 삶의 방식은 '덜 벌고 덜 쓰는' 삶이다. 상품의 효용과 필요를 넘어선 소비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이성영 학술기획팀장은 "오늘날 소비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은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지와 상징"이라면서 "생존과 생활을 위해 필요한 소비가 아닌 과소비, 중독소비가 만연해 있다"고 진단했다.

자신이 갚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돈을 대출받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희년은행은 저축한 만큼의 금액만을 대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정적인 저축 습관과 재무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김덕영 사무총장은 "희년은행의 핵심 가치는 지속가능성과 회생가능성"이라며 "무이자 대출을 지향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삶의 회복과 안정을 돕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무한노동과 무한소비의 쳇바퀴를 돌고 있는 지금의 삶이 행복한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삶'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건강 △안정 △존중 △개성 △자연과의 조화 △우정 △여가. 이 일곱 가지의 기본재가 갖추어진 삶이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좋은 삶이라는 것. 무엇보다 핵심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삶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청년은 "오늘날 사람들은 돈이 없으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돈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다', 사람에게는 돈보다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게 있다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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