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위기를 인식하는 것이 첫 단계다. 손봉호 교수는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말이 범람하지만, 정작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목회자들은 드물기 때문에 지금 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즉 세속적으로 교회가 완전히 실패했을 때야 비로소 폐허 속에서 새로운 싹이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손봉호 박사, 채수일 목사, 이성희 목사(왼쪽부터).ⓒ데일리굿뉴스
 
한국교회 위기, '증인으로서의 신실함' 잃어버린 목회자가 그 원인

“현재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는 개신교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만큼 매우 특이합니다. 유럽의 교회들처럼 신앙의 열정이 식어서도, 자유주의 신학의 등장으로 전통 신학이 변질되어서도 아닌 목회자들의 도덕적 실패에서 초래한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오히려 종교개혁 당시 도덕적으로 타락한 가톨릭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손봉호 교수(고신대학교 석좌)는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병금 목사,이하 한목윤)이 주최한 ‘한국교회의 위기와 미래’에서 이와 같이 말하며 운을 뗐다. 그는 한국교회의 위기 원인이 목회자의 도덕적 타락이라고 봤다.

불교사회연구소가 2015년 1200명을 대상으로 성직자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가톨릭 신부는 51.3%, 스님은 38.7%의 신뢰를 받은 반면 개신교 목회자는 불과 17%의 신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도덕적 타락이었다. 손봉호 교수는 최근 언론에 끊이지 않고 보도되는 목회자의 성범죄와 세습, 논문표절 등으로 인해 현재는 훨씬 더 신뢰도가 낮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목회자에 대한 불신은 곧바로 기독교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는 타 종교와 다른 기독교만의 특수성 때문이다. 손 교수는 “기독교는 개인의 깨달음이나 명상을 강조하는 다른 종교들과 달리, 사람의 뜻과 다른 하나님의 계시를 듣고 배움으로 진리에 도달하는 종교”라면서 “기독교인은 스스로 깨닫거나 혼자 수련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파하는 자가 가르치는 것을 배우기 때문에, 성경과 선지자 그리고 설교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자, 곧 목회자가 신뢰를 잃어버릴 경우 청중들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믿지 못하게 된다. 손 교수는 “지금 한국 목회자들은 신뢰를 받지 못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증인’으로서의 기능도 상실했다”면서 “이것이 결국 교회의 위기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한국교회, 증인으로서의 신실함보다 돈과 명예, 권력 쫓았다
 
법정에 선 증인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실성, 즉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들은 무엇 때문에 복음의 증인으로서의 신실함을 잃어버리게 됐을까? 손 교수는 그 이유를 “돈과 명예, 권력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손 교수는 “과거에 교회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아무 힘도, 영향력도 없었을 때는 돈과 권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조차 없었기 때문에 아예 탐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교회가 급성장하면서 교인과 헌금이 늘어나자 목회자와 교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이를 사랑하고 즐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즐기고 누리다 보면 점점 위기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다. 배가 부를수록, 부른 배에 익숙해질수록 위험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불감증(不感症)에 걸리는 것. 손 교수는 "교회에서는 불감증이 회개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한국 목회자들 대부분은 죄를 지적당했을 때 오히려 화를 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안타깝게도 한국교회의 위기를 해결할 방안, 목회자들로 하여금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인간적인 방안은 없어 보인다"며 "하나님의 특별한 개입이 있지 않는 한, 한국교회가 침체를 딛고 다시금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봉호 교수는 오히려 이 위기가 계속되어 마침내 한국교회가 몰락해야 다시금 교회가 새로워질 수 있다고 봤다. 교회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완전히 약해져서 아무 특혜와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될 때, 대부분의 삯꾼과 기복신앙 신자들이 떠나고 오직 진실하고 순수한 기독교인들만 남을 것이라는 것. 그는 "이들이 진정한 '그루터기'가 되어 한국교회를 새롭게 세울 것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서는 이성희 목사(연동교회)와 채수일 목사(경동교회)의 발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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