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며 품을 지고 갚는 풍습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기보다 혼밥(혼자 밥 먹기)와 혼행(혼자 여행하기) 등 혼자서 하는 것을 즐기는 청년들에겐 그리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하지만 기독청년아카데미와 희년은행은 '혼자가 편한' 청년들에게 품앗이가 일상생활인 마을공동체로 초청하고 있다. 기독청년아카데미 정인곤 사무국장은 "청년에게는 마을이 필요하고, 마을에는 청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독청년아카데미 정인곤 사무국장을 만나 '희년의집'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봤다.ⓒ데일리굿뉴스
 
"청년에게는 마을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다양한 공유주택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공유주택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느꼈다.
 
청년 주거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는데, 그 중 대표적인 단체가 '민달팽이유니온'과 '두꺼비하우징'이다. 이들은 청년주택과 셰어하우스와 같은 공유주택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들이 월 20~30만원 가량의 비용으로 서울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진행 중인 청년공유주택 사업들은 적정 가격의 주거지를 공급하면서 동시에 청년들 간 친목 도모 등 주거 공동체 활동을 돕는 것이 목표다. 기독청년아카데미와 희년은행이 공동프로젝트로 진행하는 '희년의집'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바로 청년들과 마을공동체 간의 교류를 꿈꾸는 것.

정인곤 사무국장은 "기존의 청년공유주택은 청년들이 함께 모여사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미처 마을을 보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집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고 삶과 관계의 토대이기 때문에 장기적 전망을 함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들이 어느 마을에 살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그리고 교육을 함께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희년의집' 프로젝트는 청년들이 마을공동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마을 속 청년공유주택을 꿈꾸며 시작됐다.

청년들이 함께 사는 '희년의집'은 서울 강북구 인수동에 위치한 밝은누리 인수마을 안에 자리를 잡게 된다. 인수마을은 지난 2000년 기독교 공동체인 '밝은누리 공동체' 사람들이 시작해 20년 가까이 터전을 이룬 곳이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다함께 아이를 키우고 이사와 대청소를 도우며, 힘을 합쳐 결혼식·돌잔치 등 마을잔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밝은누리 마을의 중심은 삼시세끼를 책임지는 '마을밥상'이다.

정인곤 사무국장은 "공동체는 별도의 무언가를 새롭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하자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함께 밥 먹고 차 마시며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바로 마을공동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나 직장에서 보내는 청년들한테는 아직 마을공동체가 절실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인곤 사무국장은 "청년 역시 늘 청년으로만 남아있지 않고 늘 자기 삶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과제를 맞닥뜨리게 된다"며 "임신과 출산, 집안의 대소사 등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들에게 삶과 경험의 지혜를  나누어주는 사람들이 없으면 결국 관성, 관행대로 돈으로만 해결하려고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청년들에게 마을이 필요한 이유다. 함께 소통하며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윗세대와 아래 세대와 더불어 사는 것. 정인곤 사무국장은 "희년의집에서 청년들은 함께 사는 유익을 경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을공동체에서 함께 돕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것을 지근거리에서 보게 될 것이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전했다.

희년의집은 남자 청년들을 대상으로 7월 한 달간 입주 신청을 받은 뒤 8월부터 문을 열 계획이다. 여자 청년들은 11월에 신청을 받아 12월부터 입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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