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 9일 어린이(아동) 세례 및 세례·입교 연령에 관한 논의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예장통합 아동세례연구위 "모든 연령대 세례 가능하도록 해야"

처음 교회에 나온 9살 어린이가 1년 넘게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 그 어린이가 세례를 받고 싶다고 할 때 교회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현행 총회 헌법에 따르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교회들은 이 경우 어린이에게 세례를 베풀지 않는다. 통합 교단에서는 유아세례를 만 2세 이전까지만 주기 때문이다. 만 2세~14세 아이들에 대한 세례 규정이 없기 때문에, 만 2세가 지나 교회에 출석한 경우에는 만 15세가 돼서야 세례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그 동안 목회 현장에서는 이른바 '세례 공백기'에 놓여 있는 만 3세부터 14세 어린이들에게도 세례를 줄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새로 조직된 통합총회 세례연령에 관한 연구회에서는 최근 사실상 모든 연령층이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세례 연령 조정안을 내놨다.
 
조정안에 따르면 기존 만 0세~2세까지였던 유아세례를 만 6세까지 확대하고, 만 7세~12세까지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세례가 신설된다. 유아·아동세례자가 스스로 신앙을 고백해 세례를 재확인하는 입교 연령 또한 기존 만 15세에서 만 13세로 앞당겼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박경수 교수는 "성경에는 유아·아동세례를 실시하라는 명령도, 금지하라는 명령도 없기 때문에 이는 그리스도인들의 자유에 맡겨진 문제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고대와 종교개혁 시기의 많은 사람들은 공동체 신앙 안에서 세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세례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을 소개하면서 "1세기 말에 쓰여진 문서로 간주되는 「사도들의 가르침」에 따르면 '세례를 하기 전에 세례 베푸는 사람과 세례 받는 사람, 그리고 회중들도 함께 금식하라'고 나온다"면서 "이를 볼 때 가족과 교회 공동체 안에서 베푸는 세례일 경우 유아와 아동들도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아·아동세례는 율법이 아닌 자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장신대학교 김세광 교수는 "만일 아동세례가 의무와 율법이 된다면 세례의 의미가 퇴색되고, 명목상의 그리스도인들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때문에 유아세례를 원하는 부모와 교회는 그것이 얼마나 귀한 하나님의 은혜이며 값진 선물인지 충분히 알고 세례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아세례는 부모의 신앙에 기초해서 베푸는 세례이고, 또한 부모가 세례 받은 자녀를 신앙교육을 통해 그들로 하여금 세례의 은혜가 구체화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것을 전제해 베풀어지는 세례다. 이날 참석자들은 유아세례는 세례 이후 지속적으로 부모가 자녀를 신앙교육으로 키우도록 결단하는 예식이 돼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분명한 신앙고백 있어야"vs"어떤 연령층도 하나님의 은혜에서 제외되면 안 돼"
 
'유아세례가 성경적이냐'의 논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유아성찬에 관한 신학적 입장도 나뉜다.

유아세례를 반대하는 이들은 분명하고 의식적인 신앙고백이 있은 후에야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스스로 믿음을 고백할 수 없는 유아는 세례에서 제외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봤다.

'믿는 자의 세례'를 주장하는 16세기 종교개혁 운동의 한 분파 재세례파와 침례교가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유아세례를 하나님의 계시가 아닌 인간이 만들어 낸 관습이자 전통이라고 말한다.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일컬어지는 칼 바르트를 비롯해 위르겐 몰트만, 요하네스 슈나이더 등의 신학자도 여기에 동의했다.
 
반면 칼빈과 루터, 츠빙글리, 웨슬리 등 대다수 종교개혁자들은 어린이도 복음이라는 하나님의 계약 아래에 있는 약속의 자녀이므로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아세례가 자녀의 신앙교육에 대한 부모와 교회 공동체의 책임감을 증대시키고 교회에 자녀를 접목시키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유아세례를 찬성하는 이들은 성경에 등장하는 가족 세례를 유아세례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한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빌립보 간수의 '온 가족이 다 세례를 받았다'는 구절과 고린도전서에서 바울이 '스데바나 집 사람에게 세례를 베풀었다'고 증언하는 등 가족 세례가 행해졌다면 그 안에 유아와 아동도 포함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에서는 예장통합과 합동, 기감, 기성, 고신 등에 소속된 교회가 유아세례를 베풀고 있다. 유아세례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교회의 경우 세례식 대신에 구약에서 한나가 아들 사무엘을 하나님께 바친 전통을 따라 '헌아식(獻兒式)'을 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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