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 현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가운데 대채복무제 도입 등과 함께 병역회피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사진은 육군논산훈련소 훈련장면).ⓒ위클리굿뉴스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는 근로의 의무·납세의 의무·국방의 의무·교육의 의무를 말한다. 이 가운데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들은 누구든지 국방의 의무를 감당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면 법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따라서 대한민국 다수의 청년들은 싫어도 2년여 동안의 군복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명목으로 군복무를 거부해왔다.

이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 가운데 다수는 자신의 종교 교리를 내세워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이다. 군인권센터연구소에 의하면 현재 국내 병역거부자의 99.2%가 '여호와의증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가 없는 현행병역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현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병역거부의 길을 터준 셈이 됐다.

헌재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것임을 이번 결정에서 알 수 있다. 헌재는 지난 2004년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 병역법 합헌결정을 내릴 때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검토를 권고했지만 이후 14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조치는 취해지지 못했다.

이번에 헌재는 병역법 헌법불합치를 판정하면서 대안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회적 소수자들인 이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측면에서다. 현행 병역법은 군역으로 한정된 데다 복무형태를 선택할 자유를 제한하고 있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시각이다. 또 대체복무로 인해 일각에서 염려하는 국방력 저하는 우려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조계 역시 조속한 대체복무제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대체복무제 도입에 있어 기간, 방식 등이 병역복무자들과 형평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자칫 병역의무 회피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양심적'이라는 용어가 다른 말로 대체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양심적'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가치평가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자칫 병역 거부를 미화하고 병역의무 이행을 폄하하는 듯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병역 기피를 부추겨 결과적으로 국방인력의 확보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헌재의 판결에 대해 기독교계는 사실상 '종교적' 병역거부의 다른 모습을 띤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 심만섭 사무총장은 "양심을 가장한 이단종교 신도의 병역기피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측정하겠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대한민국의 안보상황, 군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국방력 누수 등을 고려할 때 대체 복무의 길을 열어준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NCCK는 헌재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향후 병역거부자의 병역거부 등을 논할 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는 만큼 내년까지 논의과정을 지켜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던 백종건 변호사는 "대체복무가 없이 감옥에 가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군복무와 형평성 있는 대체복무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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