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요사에 새로운 한 획이 그어졌다. 한국의 남성 7인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케이팝(K-POP)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빌보드가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발표한 최신 차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5월 18일 전격 공개한 정규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빌보드 200' 정상에 등극했다. 한국 가수가 미국의 빌보드 메인차트 1위에 오른 건 한국 가요계 100년 사상 처음이다.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흙수저 아이돌'이 써낸 신화

방탄소년단은 '히트곡 제조기'로 불리는 작곡가 방시혁 프로듀서가 대형기획사 JYP에서 독립해 설립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첫 번째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3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지난 2013년 힙합장르의 싱글 앨범 <투쿨 포 스쿨(2 COOL 4 SKOOL)>로 데뷔했다. 방탄소년단이란 팀명에는 총알을 막아내는 '방탄'처럼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당당히 지켜내겠다는 의미와 당찬 포부가 담겨 있다. 그룹의 가치관은 "얌마 네 꿈은 뭐니… 네 꿈은 겨우 그거니"라는 직설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데뷔 타이틀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에 그대로 대변됐다.
 
그러나 첫 번째 앨범은 기대와 달리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발라드 작곡가 방시혁이 만든 생소한 힙합 그룹'이라는 관심은 금세 사그라졌고, 그들의 음악을 폄하하거나 팀명을 두고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이냐 유치하다"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흙수저 아이돌'이라 불리던 당시의 설움과 역경은 방탄소년단에게 독보다는 쓴 약이 됐다. 이 시간을 통해 멤버 개개인은 한층 더 성장했고, 나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클럽 아미(ARMY)와의 결속력도 더욱 단단하게 굳혀나갔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성장은 2015년 발표한 앨범 <화양연화 pt.1>의 '아이 니드 유(I Need U)'라는 곡과 함께 본격적인 두각을 나타내며 거침없이 고공 행진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앨범 <화양연화 pt.2>를 발표하고 빌보드 앨범 차트 171위에 처음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데뷔 2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이후 2017년 9월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의 타이틀곡 '디엔에이(DNA)'가 '핫 100' 67위,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는 28위에 오르는 등 숱한 기록을 써내려가며 '기록소년단'에 등극했다.
 
최초·최고·최단의 '기록소년단'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 18일 정규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를 전격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컴백무대부터 기록적이었다.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퍼모머로 초청된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Fake Love)' 무대를 최초 공개한 것이다. 무대 퍼포먼스로 멤버 정국이 복근을 공개하는 장면은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 최고의 순간'에 꼽히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시상식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2년 5개월 만인 지난 5월,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성공의 척도를 상징하는 미국 빌보드 정상을 정복했다. 빌보드 200은 한 주간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앨범 순위로 앨범 판매량, 트랙별 판매량, 스트리밍 실적 등을 합쳐 산정한다. 빌보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정규 3집은 지난 5월 24일까지 실물 음반 판매 10만점, 스트리밍 2만 6,000점, 다운로드 9,000점이 발생해 총 13만 5,000점을 얻었다. 빌보드는 "케이팝 그룹 앨범으로는 처음, 올해 그룹 앨범으로는 두 번째로 높은 점수로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또한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된 음반이 이 차트 1위에 오른 일은 지난 2006년 남성 4인조 팝페라 그룹 일디보(Il Divo)의 앨범 <앙코라(Ancora)> 이후 12년 만이다. 나아가 빌보드 역사상 미국 본토 음악이 아닌 '월드뮤직' 장르의 앨범이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건 방탄소년단의 경우가 최초다. 월드뮤직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중동을 비롯해 미국 본토 밖에서 기원한 모든 음악으로, K팝 역시 월드뮤직에 분류된다. 방탄소년단의 기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5월 29일에는 '페이크 러브'로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 10위에 올랐다. 빌보드 200과 함께 빌보드의 양대 차트로 꼽히는 핫 100은 스트리밍, 음원 판매 실적,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 집계해 매주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를 선정한다. 지난 2012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핫 100에서 7주 동안 2위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케이팝 그룹이 이 차트 10위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아미(ARMY) 날개 달고 정상으로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 24일 열린 국내 취재진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 빌보드 200 1위를 하고 스타디움 투어도 하고 싶다. 그래미도 가보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들의 목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기록을 세워나가며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트렌디한 음악과 공감할 수 있는 노랫말, 칼군무 △소셜미디어 활용 △팬클럽 아미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헌신적인 아미의 막강한 화력(팬심을 실천하는 활동)은 방탄소년단을 지금의 글로벌 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아미의 팬심은 문재인 대통령마저 주목시켰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노래를 사랑하는 일곱 소년과 소년들의 날개 '아미'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라며 "방탄소년단의 꿈과 그들과 함께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팬클럽 '아미'도 응원합니다"라고 축전을 게시했다. 이에 방탄소년단은 공식 SNS를 통해 "무엇보다도 우리 아미들까지도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동했습니다"라는 답신을 남기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공식석상에 설 때마다 가장 먼저 "아미 덕분"이라는 감사의 말을 남기며 모든 영광을 돌린다. 이번 빌보드 200 1위 소감에서도 멤버 뷔는 "아미 덕분에 날개를 달고 '빌보드 200' 1위를 하게 된 것 같다. 정말 어디까지 날아가게 해주실지 예측할 수가 없다. 정말 감사하고 아미에게 뿌듯한 방탄소년단이 되겠다"고 아미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단단한 결속력을 보이며 세계마저 감동시킨 방탄소년단과 아미. 이것이 아미라는 날개를 달고 정상에 도달한 방탄소년단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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