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미정상회담의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의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북미정상회담의 단독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동안 영향을 받았던 아버지 김정일 프레임을 탈피할 것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또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걸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라는 발언도 했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에 영향을 끼쳐온 과거 ‘김정일 프레임’을 탈피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한 마디로 김 위원장이 자신의 아버지 김정일 체제의 대미 협상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라는 다소 과감(?)한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은 이번 트럼프 행정부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김정일 정권의 협상 태도와 방식이 발목을 잡았다는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만큼 북한이 과거 김정일 체제에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에만 매달려 미국을 밀어붙였던 협상 방식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음을 김 위원장 스스로 털어놓은 셈이 됐다.
 
그런 만큼 김정은 위원장은 실제 이번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을 보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언에 대한 그의 태도다. 북한이 지난 5월 2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비난 담화에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선언하자 불과 9시간 만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내세워 ‘공손한’ 태도로 그의 마음을 돌려세우려고 했다.
 
이러한 태도는 기존의 ‘강경’에 ‘초강경’으로 맞서던 김정일 시절의 외교 프레임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천양지차’임을 국제사회를 향해 여실히 보여줬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내내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고 정치적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면서 과감하고 솔직한 스타일을 보여왔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때 다녀간 북측 인사들에게서 들은 고속열차의 우수성을 언급하며 "(만약 문 대통령이)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며 열악한 교통 인프라를 스스로 거론하는 솔직함을 드러낸 것도 이러한 김 위원장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에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뿐 아니라 미국과 관계 정상화 과정의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립과 반복의 70년 역사를 가진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고 미래로 나가는 과정에서 양국 모두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사를 표명하긴 했지만 ‘과연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까’라는 근원적인 의혹이 미국은 물론 남한과 일본 내에서도 팽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 앞으로 비핵화 협상의 전 과정에서 과거 김정일 프레임으로만 북한을 보려고 하지 말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기존 프레임 탈피 선언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과 미국 모두 분단과 6·25전쟁 등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평화를 향한 새로운 역사를 펼치자는 강한 메시지를 밝힌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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