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이 있듯이 부모가 자녀를 향한 애틋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자식에게 약도 없는 희귀 질환이 있다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가 있을까. 홍성원 목사는 아들 원기가 소아조로증 환아라는 사실에 하나님을 향한 원망으로 가득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아픔을 통해 서로를 더욱 사랑하는 진짜 가족이 됐다고 고백한다. 가족과 함께 온 힘을 다해 행복을 느끼는 삶이 가장 가치 있는 삶이라고 고백하는 원기 아빠 홍성원 목사 이야기를 신앙계 6월호에서 만났다.  
 
 ▲홍성원 목사와 홍원기 군(사진제공=신앙계)

"온 힘 다해 행복하게 사는 삶, 가장 가치 있는 삶이죠"
 
뇌와 신경은 늙지 않는 병 소아조로증. 이 병에 걸릴 확률은 3천만분의 1 이하로 소아조로증은 현재까지 의학 및 과학기술로는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는 치명적이고 희귀한 병이다. 이 질병은 아이의 돌 무렵부터 발현되는데 프로제린이라는 독성물질이 지나치게 많이 나와 혈관과 피부, 장기만 빨리 노화시킨다. 게다가 이 병에 걸린 절반 이상은 10세 이전에 세상을 떠나고 20세를 넘긴 아이는 1%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내 자녀가 이런 질병에 걸렸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원기 아빠 홍성원 목사는 원기가 다섯살 되던 해 소아조로증이란 진단을 받았던 그 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는 목사이기 전에 한 아이의 아빠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하나님을 원망하며 소리쳤다고 한다.
 
"미친 거지, 당신!"
 
홍 목사는 한동안 마음을 가눌 수 없었고, 그 당시 성도들 앞에서 설교해야 하는 것도 힘에 겨웠다고 고백했다.
 
"그 당시 주일에 교회 가서 성도들에게 설교를 해야 했다. 그런데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가득 차 있는데 설교를 해야 한다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기억도 안 나는 시간이다."
 
그러나 홍 목사는 아내와 매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교회 성도들에게 깊은 위로를 받으면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원기를 치료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 찾아 해맸다. 침도 맞아보고 원기에게 자신의 지방에서 추출한 지방 줄기세포 주사요법도 시도했다.
 
그러다가 그는 인터넷 검색 중 미국 보스턴에 조로증재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재단에서 실시하는 임상실험에 참여하기 위해 4년을 넘게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원기와 가족들은 임상실험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치료할 길이 있다는 희망의 빛 한 줄기를 붙들고 2년치 처방약을 받아 한국에 돌아왔지만 원기의 병세는 더욱 악화됐다. 약을 먹지 않겠다는 원기의 말은 홍 목사의 마음을 울렸지만 그는 결국 원기의 뜻을 존중했다.  
 
"원기가 약을 먹기 시작한지 이튿날부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자주 구토해 위벽이 헐어 핏덩어리까지 나왔다. 일주일을 그렇게 버티더니 원기가 울면서 말을 꺼냈다. "엄마, 나 약 그만 먹을래. 이거 먹는다고 오 래사는 것도 아니고 머리카락이 나는 것도 아니잖아.""
 
4년을 넘게 기다렸던 임상치료는 이렇게 일주일 만에 끝이 났다. 그러나 이 후 원기는 오히려 웃기 시작했고 다시 생기 있게 활동했다. 원기에게는 미겔이라는 특별한 친구도 생겼다.
 
"보스턴 아동병원에서 원기는 미겔이라는 자신과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를 만났다. 처음에는 원기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을 못했는데 지금은 미겔과 어머니를 작년에 두 차례 한국으로 초청해서 좋은 추억을 함께 쌓을 만큼 각별한 사이다."

"소아조로증 연구재단 설립, 기도제목입니다"

미겔을 알게 되고 나서 아빠 홍원기 목사에게도 비전이 생겼다. 바로 아시아 지역의 소아조로증 연구재단을 설립하는 일이다. 홍 목사는 질환으로 고통받는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아시아 프로제리아(소아조로증) 연구재단을 만드는 것이 기도제목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있는 소아조로증 재단은 아이들을 분석하고 약을 찾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위로하고 연대하는 일이 더욱 필요하단 것을 깨닫고 이 비전을 품게 됐다.
 
그는 이어 이 재단이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되기를 소망했다. 아직은 재정과 상황들이 어렵지만 그는 아내와 힘을 합쳐서 재단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내가 원기처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인형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또한 판매 수익금 일부는 아시아 프로제리아 재단 설립하는 일에 쓰이게 될 예정이다. 원기가 어릴 때부터 자주 울었고 엄마와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아내가 직접 인형과 잠옷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원기의 가족들은 죽을 것 같았던 힘든 시간을 통해 더욱 끈끈한고 친밀해졌다. 그리고 어느덧 열세살이 된 원기는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잘 적응하고 있으며 여느 또래 친구들처럼 이것저것 하고싶은 것들이 많다.  
 
원기의 꿈은 스파이더맨, 유투브 게임 방송VJ, 지금은 장난감 가게 사장님이다. 홍 목사는 원기가 피아노 치기에 소질이 있다면서 피아니스트가 된 원기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한때는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아들과 함께하는 운명이 너무나도 가혹하다고 생각했던 홍원기 목사.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원망과 좌절이 아니라 아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매일 밤 원기를 위해 기도한다. "하나님, 원기가 제 새끼손가락을 더 오랫동안 쥘 수 있게 해주세요."
 
원기와 그 가정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더욱 하나되고 그 사랑이 넘쳐 흐르는 축복의 샘이 되길 소망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