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5월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함경북도 길주군 만탑산(해발 2205m) 기슭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 2006년 10월 첫 핵실험을 시작으로 2017년 9월까지 총 6차례의 핵실험이 이뤄진 곳이다. 북한은 이날 사실상 이미 폐쇄된 1번 갱도를 제외한 나머지 갱도 3곳을 비롯해 막사, 관측소 등 주요 시설물 벽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폭파해 무너뜨리는 연쇄적인 폭파 방식으로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했다.
 

 ▲북한이 지난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사진은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4번 갱도'의 폭파 모습.ⓒ공동취재단


 
폐기 행사는 한국을 포함해 미·중·러·영 등 5개국에서 초청된 국제 기자단 3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졌다.

폭파는 오전 11시 5차례 핵실험이 진행됐던 2번 갱도와 관측소를 시작으로, 오후 2시 17분 4번 갱도와 단야장(鍛冶場, 금속을 불에 달구어 벼리는 작업을 하는 자리), 오후 2시 45분 생활건물본부 등 주요 건물 5개의 순으로 이어졌다.

이후 오후 4시 2분 3번 갱도와 오후 4시 17분 나머지 주요 시설 폭파를 끝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다섯 차례 폭파에 걸친 폐기 행사가 모두 마무리 됐다.
 
이번 폐기 행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완전한 폐기 여부가 달렸던 3·4번 갱도 폭파였다. 아직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은 3·4번 갱도는 지난 4·27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재하다"고 밝힐 만큼 상태가 양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이날 성명을 통해 "2개(3·4번) 갱도들이 위력이 큰 지하 핵실험들을 원만히 진행할 수 있는 이용 가능한 수준에 있었다는 것이 국내 기자들과 국제 기자단 성원들에 의하여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외신들은 이날 있었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긴급 속보로 전달하며 북한의 첫 비핵화 조치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일부 보도에서는 지난 2008년 평안북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때와 폐기 형식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폐기 행사에 참관한 미국 CNN은 "폭파가 갱도를 다시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했는지, 단지 제한적인 손상만 가했는지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CBS도 "문제는 우리는 기자일 뿐 핵 전문가가 아니란 사실"이라면서 "북한 선언대로 핵실험장 폐기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걸 확인해 줄 수 있는 전문가는 아무도 거기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 핵실험장 폐기가 갖는 상징과 의미는 10년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과거와 달리 어떤 전제조건이나 보상조치 없이 핵실험장 폐기가 선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의지와 진정성을 과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신호탄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번복 소동 등 북한과 미국 간의 밀고 당기기는 계속 되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이 전 세계 5위의 우라늄 보유국을 포기하고 완전한 핵 폐기 수순을 밟기까지 북미 양국 협상에 거듭된 난항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7일 청와대에서 가진 5·26 남북정상회담 발표에서 "산의 정상이 보일 때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더욱 힘들어지듯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평화에 이르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에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는 언제든지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위클리굿뉴스 6월 3일, 28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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