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앞에 ‘평생’, ‘끝나지 않을’, ‘영원’이란 말이 추가된다면 우리는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을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을 부여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심정일까.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스물두 살 태훈이>를 쓴 박상미 작가는 평생을 안고가야 하는 ‘장애’가 주는 고통의 무게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장애.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단어다. 참 답답하기 그지없고,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한탄하며 울고 또 울어도 또다시 눈물이 솟는 단어. 의학적으로 비장애로 만들 수 없으니 희망 없는 단어, 그래서 억울하고 숨 막히는 단어.” (108쪽)
장애 자녀를 둔 엄마만이 내릴 수 있는 정의다. 김훈 작가는 ‘슬픔도 고통도 풍화가 되는 것이어서 이제는 예전 슬픔이 더 이상 슬픔이 아닌 것이 슬픔’이라고 했다. 무뎌짐을 아파한 것이리라. 저자는 김훈의 깨달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 고통이 익숙해져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예전에 고통이었던 것이 이제는 ‘기쁨’이고 ‘선물’이라는 것이다.
이 기쁨은 어느 날 느닷없이 주어진 것이 아니다. 매일의 고통을 견디고 부대끼며 살아가던 어느 날 ‘비로소’ 발견한 기쁨이었다. 저자는 예전엔 고통이었으나 이제는 기쁨인 아들 태훈과 살아가는 일상을 유쾌한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스물두 살 엉뚱한 태훈 씨의 신선한 어록도 밑줄 포인트!
"엄마, 하늘이 눈 떳어 안 떳어"(57쪽)
"하룻밤만도 잘 잤어요?"(78쪽)
저자는 삶이란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저 삶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임을 말한다. 이 책이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가 고민과 고통 가운데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도 전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