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마을'로 불리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모카탐 마을. 카이로 시내 전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약 3분의 1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 주민들은 꼭두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쓰레기를 풀어헤쳐 플라스틱과 유리, 옷가지 등을 분리한 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강완식 선교사는 이곳에서 9년째 아내와 함께 의료사역을 펼치고 있다. 얼마 전 국제교회성장연구원(CGI) 주최로 열린 세계교회성장대회에 참석하고자 한국을 방문한 강 선교사를 만나 그의 사역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완식 선교사는 카이로 쓰레기마을에서 9년째 의료사역을 펼치고 있다. 선교사임이 발각되면 출입국이 금지되기 때문에 강 선교사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사진제공=강완식 선교사)


이집트 콥트교인들 "가난하지만 천국 소망 잃지 않습니다"
 
이집트에는 약 90%의 무슬림과 10%의 콥트교인이 있다. 콥트교는 1~2세기경 초기 기독교에서 갈라져 나온 한 종파로, 이집트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콥트교에 속한다. 이집트 최대 쓰레기마을로 불리는 모카탐 지역은 콥트 기독교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주민의 90% 이상이 콥트교인들이다. 강완식 선교사가 처음 쓰레기마을에 온 2010년 당시 3만 명 정도였던 인구가 지금은 7~8만 명에 이른다.
 
쓰레기마을은 카이로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꼽힌다. 강 선교사는 "7세기 이후 이집트가 이슬람 국가가 되면서 수많은 콥트교인들이 개종을 강요당하거나 박해를 받는 등 기독교 말살 정책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종교적 차별 뿐 아니라 콥트교인들은 대학을 나와도 직장을 아예 구할 수 없을만큼 박해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쓰레기를 가득 실은 차가 끊임없이 마을로 들어오고 주민들은 하루 종일 쓰레기를 풀어헤친다. 대개 여자들은 분리를 맡고 남자들은 종류별로 분리된 쓰레기 더미를 나른다.
 
주거환경도 말할 수 없이 열악하다. 쓰레기에서 나오는 온갖 악취가 마을 구석구석을 가득 채운다. 강 선교사는 처음 6개월은 쓰레기의 악취로 인한 두통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진료를 마치고 저녁에 코를 풀면 굴뚝 매연처럼 새까만 코가 나왔다. 강 선교사는 쓰레기마을에 있는 성인병원과 양로병원, 장애인 병원 세 곳을 순회 진료하며 한의사로서 의료사역을 펼치고 있다.
 
그는 "종일 쓰레기를 헤치기 때문에 주민들은 거의 다 만성병 환자들이고 평균 수명도 약 60세 밖에 되지 않는다"며 "젊은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도 공해와 독소 때문에 장애아들이 많이 태어난다"고 말했다.
 
쓰레기마을에는 상하수도조차 제대로 깔려 있지 않다. 강 선교사는 처음엔 자비량 선교를 계획했지만 가난해서 끼니조차 거르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았다. 그는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열악한 환경과 딱한 처지에 놓여 있는 주민들에게 수도를 설치해주고 전기도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사정을 모교회인 미국 캘리포니아 은혜한인교회가 알게 된 후부터 강 선교사는 매달 700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친지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도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 보내줬다. 그렇게 모인 돈을 대부분 주민들을 위해 쓰지만, 그럼에도 강 선교사는 마음껏 주민들을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
 
강 선교사는 "무슬림이 대부분인 이집트에서 콥트교인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이마나 손목에 십자가 문신을 그려 넣으며 약 1300년 이상을 살아왔다"며 "이곳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치료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마을 주민의 약 10%인 무슬림에겐 치료를 복음의 통로로 삼아 복음을 전하고 있다.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쓰레기마을 콥트 기독교인들. 쓰레기 악취와 공해로 이들 대부분은 만성병 환자들이다.(사진제공=강완식 선교사)

 

"무슬림 선교는 장기적 안목이 필수적"
 
최근 한국사회에 무슬림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무슬림 사역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슬람권 국가에 파견된 선교사들도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강완식 선교사는 무슬림 사역은 무엇보다 인내와 사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 전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느 시점이 될 때까지는 예수를 믿으라고 하거나 교회 나가라고 강요를 하면 안 된다"며 "사랑으로 끝까지 기도하면서 관계를 잘 맺다가, 이 때쯤이면 복음을 전해도 거부하지 않겠구나 하는 때를 잘 포착해서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동국가에서는 정부가 전도와 선교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전도하면 오히려 고발을 당해 선교사들이 추방당하는 등 사역을 계속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그는 성경과 비교해서 코란도 함께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무슬림에게 성경과 코란의 차이를 정확히 알려주고 코란의 논리적 허점 등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우며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강 선교사는 "이슬람의 무하마드와 알라가 왜 잘못된 것인지, 예수님이 왜 선지자인지를 성경과 코란 두 개를 비교하면서 무슬림에게 전도하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무카탐 쓰레기마을은 문맹률이 50%나 된다.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다니지 않고 하루종일 부모를 도와 쓰레기를 줍고 분리한다. 강 선교사의 꿈은 이 아이들이 쓰레기를 팔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배워 취직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역을 시작한 초기부터 지금까지 무슬림 사역 한 길만을 고집해온 강완식 선교사. 그는 90%가 무슬림인 이집트 국민들을 선교사로 훈련시켜 각 아랍국가로 파송하는 것이 꿈이라고 고백했다.

 

"하나님이 온 세상 백성들을 창조하셨는데 무슬림과 유대인만이 아직도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는 민족입니다.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는 여전히 아랍국가들 사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국가입니다. 130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신앙을 지켜온 콥트교인들을 격려하고 무슬림에게는 복음을 전해서 이들이 선교사로서 중동국가들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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