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금지법을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가톨릭 교리인 낙태금지 조항을 폐지함에 따라 유럽의 세속화 추세가 재확인되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진행한 결과, 낙태금지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인구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가 가톨릭 교리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아일랜드 낙태금지 조항 폐지, 유럽 세속화 추세 재확인"
 
아일랜드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지시간으로 25일 낙태 허용을 위한 헌법 개정 여부를 놓고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찬성표가 66.4%, 반대표가 33.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40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이번 국민투표에 전체 336명의 아일랜드 유권자 중 64.1%가 투표에 참가했다. 유권자들은 낙태금지를 규정한 1983년 수정 헌법 제8조의 폐지 여부를 놓고 투표를 실시했다.
 
이 조항은 임산부와 태아에게 동등한 생존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낙태를 할 경우 최대 14년 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정 헌법이 발효된 이후 약 17만 명의 임산부가 영국 등에서 '원정 낙태'를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일랜드는 지난 2013년 낙태 완전 금지에서 벗어나 임산부의 생명에 위험이 있을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낙태 금지 헌법 조항 폐기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온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투표 결과가 사실상 낙태 허용 찬성 쪽으로 기울자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아일랜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용한 혁명의 정점"이라며 "민주주의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권리행사"라고 밝혔다.
 
인도인 부친과 아일랜드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바라드카르 총리는 2015년 아일랜드의 동성 결혼 합법화 국민투표를 앞두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바 있다. 의사 출신으로서 지난해 총리 선출 당시 2018년 낙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이런 결정은 가톨릭 교리에 반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유럽의 세속화의 가장 최근 사례라고 보고 있다. 아일랜드는 이미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아일랜드국립대 메리 매컬리프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톨릭 교회의 발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곧바로 시행 어려워…하원에 입법안 제출 예정
 
하지만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당장 아일랜드에서 여성의 낙태가 허용되지는 않는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번 투표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하원에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입법안은 임신 12주 이내 중절 수술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고, 12~24주 사이에는 태아 기형이나 임산부에 건강 또는 삶에 중대한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중절 수술을 시행하기 전 사흘간의 시간을 두고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계획이다. 의료진의 개인적 신념 등과 배치될 경우 다른 의사에게 환자를 맡길 수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올해 안에 관련 법안 처리를 마무리하고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유럽국가 중 아이슬란드는 임신 16주까지, 스웨덴은 18주까지, 네덜란드는 22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몰타는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며, 폴란드와 키프로스에서는 산모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 태아기형, 성폭행, 근친상간 등에 한해서만 중절 수술이 가능하다.
 
영국은 의사 두 명의 동의 아래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며, 24주 이후에는 역시 산모 건강, 심각한 기형 등의 예외사유만 인정한다.
 
다만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아일랜드 공화국은 여전히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니카라과 등에서는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남아메리카 국가들도 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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