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판문점선언에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및 현대화'가 명시됐다. 서울에서 기차 타고 유럽여행이 가능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위클리굿뉴스


4·27판문점선언에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및 현대화'가 명시됨에 따라 끊어졌던 철길들이 이어져 '철마'들이 다시 달릴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남북이 선언문을 통해 언급한 동해선은 북측에 있는 동해북부선과 남측에 있는 동해남부선으로 나뉘어져 있다. 남측 단절구간인 강릉-제진 104.6㎞ 구간이 이어진다면 동해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포항-삼척-원산-함흥-나진-하산(러시아)으로 연결된다. 동해선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되면 유럽까지 갈 수 있다.
 
경의선의 경우 이미 2003년 공사가 끝나 화물열차가 운행된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이후 남북관계가 틀어지면서 현재까지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경의선의 북측지역 운행이 어려웠던 것은 경색된 남북관계가 원인이었기 때문에 이후 북미정상회담과 다자간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에 철도 운행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의 철길이 복원돼도 실제 운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현재 북한의 철길은 노후화가 심각해 대부분의 노선에서 40㎞ 이하의 속도로 운행되고 있다. 기초 지반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탈선의 가능성이 높고 일부 철길에는 재처리를 거치지 않은 통나무를 침목으로 사용한 경우도 많다. 또한 전력 부족으로 원활한 열차 운행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책기관과 민간 연구소들은 철길 연결에만 약 2조 원의 공사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사와 차량기지들을 국제기준에 맞춰 재정비하고 북한의 불안정한 전력망을 손보려면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철도 현대화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남북협력기금은 2018년 기준 1조 6,128억에 불과하다. 공사에 필요한 추가 재원은 남북철도 연결로 큰 수혜가 예상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투자를 통해 진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월 29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철도 연결 등에 러시아가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며, 문 대통령 역시 러시아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각국의 투자는 북한에 취해진 경제 제재조치가 풀려야 가능하다. 따라서 곧 있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중요하다.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재 완화에 대한 긍정적 결과를 도출해 낸다면 한국정부와 유라시아 철도 인프라 구축에 관계된 중국과 러시아의 투자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북철도와 관련돼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 후 국토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철도와 도로 등 운송망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분단 이전만 해도 서울역은 '국제역'이었다. 국내선 승차장과 국제선 승차장이 따로 있었고 행선표에는 베이징과 단둥, 하얼빈이 있었다.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은 민초들과 독립 운동가들이 이 기차에 몸을 실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했던 손기정도 서울역에서 신의주를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향했다. 철로는 한반도 이곳 저곳과 대륙을 연결하며 부지런히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며 민족의 대동맥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분단 이후 남쪽에서 대륙으로 연결되는 모든 철길이 막히면서 한반도 이남은 섬처럼 지내야 했다. 분단 70여 년간 우리는 섬 아닌 섬에 살고 있다. 바다와 대륙을 잇는 반도민으로서의 장점을 잃어버린 채 섬사람이 돼왔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들어서면 한반도는 바다와 대륙을 이어 수많은 사람과 물자, 지식과 문화를 연결하는 허브로 발돋움할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