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2018년 현재 4곳의 원자력발전소(고리, 월성, 한울, 한빛)에서 24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다. 발전량 기준 세계 6위이며 한국 내 전기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최근 잦아지고 있는 원전 주변 지역의 지진은 '원자력 발전'이 대한민국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에너지원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건설 재개가 결정된 신고리 5·6호기의 모습. 문재인 정부는 '안전하고 깨끗한 대한민국 에너지'를 표명하며 신규 원전 중단과 노후 원전 폐쇄, 친환경 에너지 세제개편 등을 주요 에너지 정책으로 내놨다.ⓒ위클리굿뉴스 


'원전'은 '안전' 한가

2016년 9월 12일, 지진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인 5.8의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진앙에서 불과 27㎞ 떨어진 곳에 설계 수명을 다한 월성 1호기를 비롯해 원전 6기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몰려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은 해당 원전이 지진 규모 6.5에 견디게끔 설계돼 있어 심각한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리와 월성 원전 일대는 약 60여 개의 활성단층이 발견된 곳으로 한반도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곳 중 하나다.

지진 전문가들은 이 일대의 최대 지진 규모를 7.5로 예상하고 있지만 최근 건설 재개가 결정된 신고리 5·6호기의 내진설계는 6.9에 불과하다. 만일 6.9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구소련의 체르노빌은 군 기지가 위치했던 비밀 도시였고 일본의 후쿠시마는 발전을 제외하고 별다른 산업이 없는 비교적 외진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지진이 잦아지고 있는 한반도 동남권은 수도권 다음으로 많은 인구와 산업시설이 밀집된 곳이다.

이 지역은 30㎞안에 사는 인구만 382만 명에 달해 원전 사고 발생 시 대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돼 있는 위 두 사고와 비교할 수 없는 인적, 물적 피해가 예상된다.

'원전'은 안전을 포기할 만큼 '저렴' 한가

안전에 대한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력을 수입하거나 수출할 수 없는 고립 계통의 국가인 한국은 해마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전체 수입 에너지의 42.5%를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력발전은 기술·자본 집약적인 전원으로 발전비용 중 연료비 비중이 5~7%에 불과해 '준 국산 에너지'로 불린다.

탁월한 경제성은 '원전'을 포기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2016년 기준으로 원자력 발전의 단가는 다른 발전원에 비해 가장 저렴하다. 다른 발전에 비해 행정비용, 안전 규제비용 등이 정부의 특혜로 대폭 낮고 방폐장과 송전선로 입지 갈등 비용 등 외부비용과 사용 만료된 폐로의 처리비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발전 생산 단가만 계산했기 때문이다.

원전은 건설하고, 가동하고 폐로 하는 전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고비용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고비용 구조는 고스란히 전기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원전 비중이 75%에 달하는 프랑스는 2010년과 2014년 사이 가정용 전기 요금이 25%, 산업용이 18%가 인상됐다. 프랑스의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은 원전 안전 확보를 위한 개보수 비용,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강화 비용, 해체 비용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발전비용 현실화로 증가폭이 가정용 4%, 산업용 39%가 증가했다.

이 같은 문제들로 인해 문재인 정부는 '안전하고 깨끗한 대한민국 에너지'를 표명하며 신규 원전 중단과 노후원전 폐쇄, 친환경 에너지 세제개편 등을 주요 에너지 정책으로 내놨다.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탈 원전-친환경 에너지'로 잡은 것이다.

정부의 탈 원전 의지를 가장 잘 보여줬던 것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공론화였다. 정부는 공론화 조사를 통해 탈 원전 정책에 대한 민의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강하게 추진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공론화 위원회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건설 재개 59.5% 건설 중단 40.5%로 '공사 재개 방향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결정으로 인해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은 완급조절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에너지전환의 시기를 맞은 한국은 효율과 비용의 문제를 떠나 안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떤 것인지 심도 있는 토의와 협의의 과정이 필요한 시점에 서있다.

미래 에너지, 안전인가 효율인가

우리보다 탈 원전을 먼저 선언하고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는 독일의 행보는 우리가 참고할만하다. 독일 사회는 일본이 기술과 안전 관리 분야에서 매우 발달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 했다는 점에 주목해 원전 사고를 근본적인 예방이 불가능한 위험으로 간주했다. 뛰어난 기술과 인력만으로는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피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탈 원전 결정을 단행한 메르켈 정부의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원전 위험에 대해서는 '무조건적 거부'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위험의 평가에 있어서 무조건적 거부라는 것은 과거와 같은 위험의 '기술적 정의'가 원전 기술의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이 '비용-편익'의 평가 가능성의 한계를 넘어서 '윤리적 책임의 관점'에서 무조건적 거부의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 우리 사회는 어떤 관점에서 에너지 전환을 이뤄가야 할까? 안전인가 아니면 효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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