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과 성폭력, 성혐오에 대한 이슈가 부상하는 이 때, 여성들의 신앙과 도전 그리고 배후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들여다보며 오늘날 여성의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 적용해보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강호숙 박사가 23일 오후 2시 기독인문학연구원 강의실에서 열린 여성신학강좌에서 성경 속 여인 '한나'에 대해 강연했다. ⓒ데일리굿뉴스


지혜로운 여선지자 '한나'…"한국교회 모습과 대조적"
 
가부장적 이스라엘 시대나 유대사회에서 남편에 종속된 아내나 어머니, 나아가 열등한 존재로 취급 받은 여성들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온전한 증인으로 세우셨는지 그 발자취를 살피는 시간이 마련됐다.
 
강호숙 박사(총신대 실천신학)는 23일 기독인문학연구원이 주최한 여성신학강좌에서 "성경 속 여인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현 시대에 적합한 여성들의 역할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이날 강연에서는 성경 속 여성 인물로 '한나'에 대해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 박사는 한나에 대해,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주체적이고 독립적이며, 하나님 편에서 미래에 도래할 메시아 왕국이 어떠한 나라가 될지 예언을 통해 노래한 지혜로운 여선지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박사는 "예나 지금이나 가부장이라는 인류의 역사에서 여성의 삶은 억울함과 한계를 감내하는 게 진정한 여성의 미덕으로 여겨졌다"면서 "하지만 한나를 통해 여성의 실존적 한계와 고통을 하나님께 가져갔을 때, 믿음의 역사와 하나님의 섭리를 보여줄 수 있는 '신앙의 문'으로 바뀔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나의 찬송'이 개인 기도가 아닌 하나님의 행동을 찬양하는 시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나의 찬송은 무시 당하는 자, 가난한 자, 낮아진 자, 힘없는 자에 대한 하나님의 자비로운 행동을 증언하고 있다"면서 "권력과 물질, 성공과 가부장적 조직으로 유지되는 현재 한국교회 모습과 한번 대조해 보자"고 제안했다.
 
'권위주의적 사고' 문제 원인…"규정하지 말자"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이혼, 낙태 등 교회 내에서 다소 다루기 민감한 사항들에 관한 거리 낌없는 대화들이 오고 가기도 했다. 최대의 화두는 역시 교계 '미투(#Me too)였다.
 
교회에서 성폭력은 오래도록 '입에 담을 수 없는 죄'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침묵이 교회 안의 성폭력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게 강호숙 박사의 생각이다. 강 박사는 "교계 내에서 성문제가 불거졌다 한들 바로 은닉 시스템이 가동된다"면서 "건강한 시스템을 만들려면 '악독한 누룩'을 제거하듯 문제를 공론화해 문제 자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설명함에 있어 신학적인 사고나 근거 없이 권위적으로만 규정 내리는 구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교회에 만연한 권위주의적 사고가 여러 문제들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강 박사는 "기성세대들 사이에 아직도 차별과 권위주의적 사고가 만연해 있다"며 "이들의 엄격한 잣대와 규정들이 젊은이들의 반감은 물론 공동체 의사소통을 막는 최대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강연의 최대 핵심이었던 오늘날 요구되는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 박사는 "규정 짓는 것 자체를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남성적인 부분만 중시하다 보니 다양하고 깊이 있는 하나님의 섭리를 놓치는 부분이 많다"면서 "여성의 역할을 규정하지 않고 남성과 여성이 상호보완적이라는 것을 염두하며 하나님의 형상을 함께 이뤄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기독인문학연구원에서 주최한 '여성신학강좌-여성의 눈으로 읽는 성경'은 오는 6월 4일까지 총 6주에 걸쳐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된다. '민족을 구한 용감한 여인 에스더'를 비롯해 '부활의 첫 증인 막달라 마리아'까지 성경 속 여성들을 통해 신앙과 삶을 되돌아 볼 예정이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교회 내에서 다소 다루기 민감한 사항들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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