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4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발달장애인 부모가 집단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4월 2일 밤, 뉴욕 타임스퀘어(미국), 파리 에펠탑(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명소가 파랗게 물들었다.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을 맞아 발달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관심 및 이해를 상징하는 '블루 라이트 캠페인'이 올해도 전 세계 145개국의 1만 8,000여 곳에서 진행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서울 남산 케이블카, 서울시청, 부산 광안대교 등 각 도시의 명소에 일제히 파란불이 켜졌다. 이밖에도 세계 자폐인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는 이를 기념한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반면 같은 날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200여 명이 눈물의 집단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420 장애인 차별철폐 공동투쟁단'이 주최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 촉구 전국 1박 2일 집중 결의대회'에 참석한 3,000여 명은 △발달장애인 지원 국가책임제 실현 민관 정책협의체 구성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 제도화·예산 증액 △중증장애인 직업·재활 지원사업 확대 △장애인 가족 지원사업 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특성 및 복지를 지원,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취지로 하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제정 이후 4년이 지난 지금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시스템은 제자리걸음 상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관련 단체와 종사자는 "법률 취지와 달리 생애주기별 최소한의 지원을 위한 예산조차 없다"며 정부의 허울뿐인 발달장애인법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발달장애인 관련 지원 총괄 예산은 85억 7,200만 원이었다.

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보건복지부의 예산안에 대해 "지난해보다도 5억여 원 삭감된 수치"라며 "터무니없는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사업이 지역자치단체로 이양됐기 때문에 예산이 삭감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약속한 발달장애인 낮 시간활동지원 대책 마련, 장애인 가족지원 확대 등과 관련한 지원도 이번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자폐성 장애 등의 발달장애인은 전체 공식 등록 장애인 251만 명 가운데 8.7%인 22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전체 장애인과 비교했을 때 일상생활에서 더 높은 차별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해 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자폐성 장애의 24%가 음식점, 극장, 수영장 등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경험했는데, 이는 전체 장애 유형의 평균인 7.3%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발달장애인은 고용에서도 다른 장애보다 차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발달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6.6%, 고용률 23.5%, 실업률 11.6%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장애인과 비교하면 경제활동참가율은 11.9%, 고용률은 12.6% 낮았고, 실업률은 거의 두 배 가량 높았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의 소원은 하나같다. "자녀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 그들의 소원은 한국 사회에서 발달장애와 그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삶이었는지 대변한다. 1년 중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4월에는 '세계 자폐인의 날(2일)'과 장애인의 날(20일)이 있다. 장애인과 그들 안에서도 소외된 발달장애인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 사회의 인식과 이해도 소생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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