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난민을 어디서 만나고 있을까?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난민을 만나고 있다. 그래서 미디어가 비춰주는 대로 그들을 보고, 듣고, 이해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난민'의 모습은 울고 있는 아이, 테러와 관계되어 있는 사람들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들이 '난민'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들일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까지 고정된 이미지에 갇혀 있다. 불쌍하고 가여운, 혹은 위험한 존재라는 인식 너머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아직 난민에 대해 모른다.
 
 ▲난민을 향한 혐오의 인식을 버리고 관용과 포용을 가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위클리굿뉴스


'난민' 그들은 누구인가?

난민이란 국제법상 △인종 △종교 △민족 △특정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국적국의 보호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는 1951년 국제연합에서 채택된 '난민협약'에 의해 국제적 효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협약에 언급된 다섯 가지 사유에 해당할 때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때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의 증명은 난민지위를 신청하는 사람에게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6,700만 명(2016년 기준)이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영국 인구와 흡사한 규모이며, 난민 통계를 집계한 이래 사상 최고치다.

실제 난민이라는 개념은 난민협약이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경제적 빈곤 등으로 인해 살던 곳을 '어쩔 수 없이' 떠나 '안전한 곳'으로 향하는 모든 여정에 있는 존재들을 난민으로 봐야한다.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고 알프스를 넘었던 유럽의 개신교도들,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이집트를 탈출한 히브리인들, 내전을 피해 탈출한 시리아인에 이르기까지 평화가 없는 곳에 늘 존재해 왔던 이들이 바로 '난민'이다.

역사 속에서 난민은 편견과 박해에 시달려야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아스포라(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유대인들이다. 이들은 그들이 정착한 어느 곳에서나 편견과 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나라를 잃고 떠돌면서도 다른 이들과 섞이지 않고 고유한 종교와 관습을 유지하는 이들을 환영하는 곳은 없었다.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유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는 유대인으로서 우리와 함께 살 권리가 없다." 이번에는 기독교도가 이렇게 말했다. "너는 우리와 함께 살 권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히틀러가 말했다. "너는 살 권리가 없다."

'난민' 혐오를 넘어 포용으로

유럽은 작은 편견과 증오가 오랜 세월과 만났을 때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홀로코스트(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를 통해 배웠다. 유럽에 시리아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2015년 8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감당할 수 있다(Wir schaffen das)"고 말하며 독일로 오는 난민들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 진 클라인은 "공감은 고통스럽지만, 증오보다 훨씬 더 용기 있는 일"이라며 "증오는 우리 아버지를 죽였지만 공감은 나를 살렸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독일의 난민 정책을 보며 '독일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쉼 없이 몰려드는 난민의 물결에 '반 난민' 정서도 확산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일부 난민들의 일탈이 빌미가 돼 이를 이용한 극우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다. 독일의 '독일 대안당', 프랑스의 '국민전선', 그리스의 '황금새벽당',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등이 원내에 진출하거나 대통령 결선 투표에 나서는 등 크게 약진하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반 이민', '반 난민' 노선이다. 이들은 실업률 증가와 테러, 치안불안 등이 외국인(그중에서도 특별히 무슬림)들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대중들이 난민, 이민자에 대해 반감을 가지도록 했다. 이는 히틀러가 독일이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유대인과 집시 때문이라고 비난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난민과 외국인들이 실업과 테러 문제와 연관이 있을까? 난민인권센터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벌어진 테러 사건들 가운데 난민이 주범인 경우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주의 사회가 성립된 이래 경제위기와 실업문제는 언제나 있어왔던 문제들일 뿐이다. 이 모든 문제들이 난민과 외국인들 때문이라는 것은 지나친 억측에 불과하다. 혐오와 배제를 통해 기득권을 취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난민들은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성실한 선생님, 간호사, 법률가, 엔지니어였다. 이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닌 절박한 '상황'을 맞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일 뿐이다. 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보금자리와 인간이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다. 이들은 우리의 오해처럼 일자리를 빼앗고 테러를 저지르는 존재가 아닌 인류 역사 속에 늘 있어 왔던 평화를 찾아 집을 떠난 순례자들이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 이니라"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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