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이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심지어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법조계 내에서조차 성범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등 한국사회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면서, 권위적인 위계구조와 뿌리 깊은 남녀차별의식 등이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되고 있다.
 

▲미투를 통해 침묵을 깨고 용기 있게 세상에 나선 이들을 위해, 이제는 한국 사회가 나설 차례다.ⓒ위클리굿뉴스


 
이번 미투 운동을 계기로 낡은 악습을 철폐하고 사회의 그릇된 인식과 편견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 이후, 미투가 우리 사회를 집어삼킨 지 두 달이 다 돼가고 있다.
 
피해자들의 폭로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성추행이 만연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으로 한국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문제들이 속속 들춰지기 시작했다. 미투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로 보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공론화작업이 시작됐다.
 
한국은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유교적 사상이 오랫동안 뿌리 깊이 자리 잡아왔다. 사회는 빠르게 근대화를 이뤘지만 유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한 관습은 여전했다. 특히 가부장적 권위의식과 여성을 경시하는 등의 그릇된 문화적 답습은 힘과 권력이 더해져 한층 더 강력하고 폐쇄적인 폭력을 양산했다.
 
여성단체들은 미투의 확산이 오랫동안 곪은 병폐와 분노가 터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단체는 이번 공론화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와 이른바 '권력형 성범죄'로 불리는 직장 내 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러나 무엇보다 피해자를 대하는 사회의 인식과 분위기가 변화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 영화 <한공주> 중에서
성범죄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2차·3차 피해를 받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용기를 내 피해사실을 주위에 밝힌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2차·3차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백했던 한 피해자는 "모두 나를 탓하고 비난했다"면서 "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나를 미워했다"고 토로했다. 서지현 검사도 "결코 내 잘못이 아닌 것"을 깨닫는데 8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한 전문가는 "'당할 짓을 했다'는 등 오히려 피해자의 행실을 지적하거나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피해자를 두번 죽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 사회의 만연한 '꽃뱀'이라는 낙인은 심지어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한다"면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그릇된 인식과 분위기를 꼬집었다. 이번 미투 폭로와 관련된 한 내부고발에서도 성폭력 피해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았다는 내용이 있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 2월 JTBC 뉴스룸에 나와 배우 오달수의 성추문을 공개적으로 폭로한 연극배우 엄지영 씨는 손석희 앵커에게 “들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가 남긴 짧은 한마디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큰 울림을줬다. 침묵을 깨고 용기 있게 세상에 나선 이들을 위해, 이제는 한국 사회가 용기 있게 나설 차례다. 임은정 검사가 남긴 글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보게 한다.
 
"시스템은 한 개인의 반대를 착각으로, 두 사람의 반대를 감응성 정신병으로 매도할 수 있지만, 세 사람이 같은 편에 서면 여러분을 함부로 하기 어려운 힘이 된다." 임은정 검사 <루시퍼 이펙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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