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아이들이 커나가는데 부모님의 교육방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가정교육은 아이들이 평생을 살아가는데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잘 아는 클래식 작곡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모차르트와 베토벤이라 말한다.

▲이인현 (GOODTV 문화예술전문위원)

음악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다 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두 작곡가가 받았던 교육방식은 전혀 달랐다. 한 쪽은 칭찬일색이었으며 다른 한쪽은 학대와 처벌이 난무했다.

우리는 모차르트를 천재라 부른다. 그는 곡을 한번 들으면 망설임 없이 연주했다고 한다. 또한 다른 작곡가의 연주를 듣거나 보면, 단번에 습득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일화들을 볼 때 그가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이런 재능이 있었다고 한 평생을 천재로서 살았다고 볼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전 세계 멘사 회원(아이큐가 148이상인 사람들의 모임)은 전부 천재라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모차르트 아버지는 남다른 아들의 재능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 그는 아들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했다. 과감히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아들의 매니저를 자처했다.

약 10년 동안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유명한 연주자에게 수업을 받을 수 있게 기회를 마련하였고, 연주여행에 항상 함께 하였다. 쉽지않은 일이지만 자식이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면 부모로서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 필자가 대단하다고 여긴 교육법은 이게 아니다. 모차르트 아버지는 모차르트의 연주와 작곡에 꾸지람을 하거나 비난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그는 아들을 참 소중히 여겼다. 모차르트가 만든 음악에 그는 주로 칭찬을 하였고 아들이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까 싶어 옥이야 금이야 애지중지 다뤘다. 어린 나이에 받은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 덕분에 그의 음악은 슬픈 음악이라도 밝고 참 따뜻하다. 타고난 재능에 칭찬과 격려의 아버지 교육법이 모차르트의 음악을 최고로 여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필자는 감히 말해본다.

우리는 베토벤을 악성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그를 악성이라는 부르는 건 청각장애를 이겨내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의 극복이 워낙 큰 이슈여서 정상적인 청각을 가진 베토벤의 어린 시절은 언급되지 않는 듯하다. 대대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베토벤은 집안의 분위기에 따라 음악을 접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음악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고 이를 알아본 아버지는 아들이 음악가로서 성공하길 원했다. 베토벤보다 14살 많은 모차르트 연주를 본 베토벤 아버지는 자신의 욕심을 숨길 수 없었다.

사람들이 베토벤을 모차르트를 능가하는 천재라 생각하길 원했다. 그래서 베토벤의 첫 데뷔 연주회에서 요즘 연예인들이 나이를 속이듯 두 살 어리게 자신의 아들을 소개하였다. 어리면 어릴수록 더 천재라고 느끼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아 보인다. 하지만 베토벤은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첫 데뷔 무대를 보기 좋게 망친다. 베토벤의 아버지가 아들이 천재라고 뽐내고 싶었던 그 음악회에서 긴장한 나머지 베토벤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모차르트 아버지였다면 괜찮다고 위로하거나 격려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베토벤 아버지는 그러지 못했다.

그에게 아들을 사랑하는 방식은 학대와 체벌이었다. 아마 아버지는 강하게 화를 낼수록 아들이 각성하여 더 잘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학대와 매질 속에서 그는 점점 더 주눅이 들었고 공포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꾸중과 학대가 그의 인생 전체를 지배했다. 밝고 활기찬 음악이라 할지라도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공존했다. 또한 이런 아버지의 교육방식에 익숙해져서 인지 그가 청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는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절망했다. 만약 칭찬과 위로, 격려의 교육법을 받은 베토벤이었다면 삶을 포기할 만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아버지 밑에서 버텨내기 위해 그는 더 열심히, 더 지독하게 살았다. 따뜻한 사랑을 아버지를 통해 받아본 적 없었던 그는 까다로웠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필자가 보기엔 둘 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정반대의 교육법을 통해 서로 다른 음악과 성격을 보여준다. 칭찬과 격려로 키워진 모차르트는 긍정적이고 자신감에 차있는 밝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인지 그는 범접할 수 없는 일인자였을 수도 있다. 학대와 체벌로 어두운 초년을 보낸 베토벤은 암울하고 고뇌에 가득 찬 음악을 구사하는 그의 성장과정에 대한 언급보다는 장애를 극복한 악성이라 평가받고 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며 살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강하게 키우겠다며 화를 내기보다는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칭찬과 격려를 한다면 우리의 자녀가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필자는 믿는다. 처음은 누구나 어렵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하였다. 오늘은 자녀에게 공부하느라 고생했다는 말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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